(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인수위는 외교부 쪽에 무게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통상 기능’ 조정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벌어지는 논란으로 외교부는 ‘통상 기능’ 업무 이관을 노리고 있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와 같이 통상 기능을 유지해가겠다는 입장이라 두 부처 간 물밑 신경전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정권교체기마다 번갈아 오간 통상

통상 기능 업무는 정권 교체기마다 산업부와 외교부를 번갈아 오갔다. 외교부가 맡는다고 해서 이질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에는 외교부에서 산업부 쪽으로, 김대중 정부 출범 뒤인 1998년에는 외교부로 다시 이관됐다.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벤치마킹해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때까지 당시 ‘외교통상부’로 명명했던 지금의 외교부에서 통상업무를 관장했다.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넘어갔다. 산업계 사정을 잘 아는 부처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초기에 외교부로의 재이관 계획이 검토됐으나 막판 백지화됐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는 관련 내용은 없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행 산업부가 맡고 있는 통상업무를 다시 외교부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인수위원장인 안철수씨가 대선후보 시절 산업부는 산업·에너지 쪽만 맡고 통상은 분리해 외교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고,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도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전 차관이 임명되면서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환원? 산업부 잔류? 팽팽

외교부는 지금처럼 외교와 통상 기능을 분리해서는 각종 국제이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교와 통상 업무 결합이 꼭 필요하다는 것인데, 특히 최근 공급망·첨단기술 등에 정치·안보 논리가 개입되는 일이 빈번해지는 등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게 외교부의 강조점이다.

외교담당 부처의 국제적 추세도 ‘외교통상형’이라고 역설한다. 실제 지난 10년 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교역국 가운데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는 산업통상형에서 외교통상형으로, 영국은 산업통상형에서 독립형으로 각각 전환했다.

외교부 내에선 산업부로부터 통상 기능 업무를 넘겨받기 위해 물밑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넘겨준 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 시기를 놓치면 통상 기능을 되찾아오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절박감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산업부는 통상 업무의 외교부 이관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산업부 역시 공급망 안정이 대내외적으로 최대 화두로 부상하는 가운데 산업정책과 통상 업무를 분리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내 산업계가 어떤 원료를 핵심 품목으로 취급하는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사이의 밸류체인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알아야 공급망 정책과 통상 전략을 짤 수 있는데 외교부는 이 같은 업무를 볼 수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및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제공: 인수위) ⓒ천지일보 2022.3.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및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제공: 인수위) ⓒ천지일보 2022.3.18

◆ “유지냐” “이관이냐” 전문가도 의견분분

통상 기능의 편제를 놓고 부처 간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7일 한국행정학회·외교부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모든 시장이 갈라지고 있는 지금은 통상을 전혀 새로운 기반 위에서 구상해야 할 시기”라며 “지금은 세상이 너무 변했고, 통상과 경제, 안보, 외교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외교는 정부조직법상 외교부가 하게 돼 있는데, 거기서 통상만 딱 떼어낸다는 건 지난 10년 동안 변화한 경제와 안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윤 서강대 교수는 22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신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에서 “만약 우리가 통상정책에 있어 외교안보의 어떤 수단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국부 창출 기반이라는 또 다른 산업적인 측면을 놓치기 쉽다”며 외교부로의 통상업무 이관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한 상황인데, 결국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물론 선택을 위해선 면밀한 분석의 필요성이 수반되는데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각에선 이와 별도로 차제에 통상 조직을 두 부처와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논란을 끝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인수위도 USTR 모델과 비슷한 제3의 독립기구를 신설하는 방안까지도 두루 검토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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