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파오차이’ 자막 논란 (출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 2022.3.21
김치 ‘파오차이’ 자막 논란 (출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인스타그램 캡처) ⓒ천지일보 2022.3.21

SNS 통해 한국 전통 음식 소개
잘못 적힌 자막에 네티즌 공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거나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이런 가운데 SNS 상에서도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가 ‘파오차이(泡菜)’로 잘못 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향력 클수록 기본 정서 필요”

2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를 통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추자현 씨가 자신의 차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 라면 먹는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게재했다”며 “하지만 라면에 김치를 싸 먹는 장면에서 김치를 자막에 ‘파오차이’로 표기해 논란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안 그래도 중국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많은데 국위선양도 하고 외화도 벌어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실수는 더이상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의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가적인 기본적 정서는 헤아릴 줄 알아야만 한다고도 전했다.

앞서 한차례 김치 공정 논란이 불기도 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솔로지옥’에 출연해 유명해진 유튜버 프리지아가 지난 1월 중국판 유튜브 채널에서 김치찜을 소개하면서였다. 이때 영상 편집자는 김치찜에 ‘파오차이(泡菜)’라고 자막을 달아 공분을 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함께하는 김치 홍보 영상의 자막에 중국어 ‘파오차이’가 표기됐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달려라 방탄’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백 대표는 ‘김치’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는데, 자동번역 과정에서 중국어 단어를 띄우면서 김치가 ‘파오차이’로 번역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네이버 V라이브 웹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방탄소년단과 백종원이 김치를 소개할 때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라고 적힌 자막이 나오고 있다. (출처: 반크) ⓒ천지일보 2022.3.21
방탄소년단의 네이버 V라이브 웹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방탄소년단과 백종원이 김치를 소개할 때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라고 적힌 자막이 나오고 있다. (출처: 반크) ⓒ천지일보 2022.3.21

◆김치와 파오차이 차이점은?

이처럼 ‘파오차이’ 번역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북공정, 문화공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유명인들의 말 한마디, 영상 하나의 파급효과는 매우 크기에 이런 사태를 방치하다가는 머지않아 김치가 중국 음식인 파오차이에서 파생된 중국 문화의 한 갈래로 왜곡될 우려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중국의 김치 공정이 시작된 것일까. 지난 2003년 ‘조류 독감(鳥類毒感, 사스)’ 당시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775명이 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사스 발병자가 없었는데, 그 이유로 ‘김치 효과’가 지목되면서부터다. 그해 우리나라의 중국 김치 수출량은 전년 대비 348.1% 증가했다. 이후 중국에서 김치의 상업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김치공장을 만들었고 2000년대 후반에는 한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또 중국에서는 ‘파오차이’의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기사를 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표준은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알고 먹는 김치는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무 등 각종 양념이 잘 혼합된 것을 배추에 버무려 발효시킨 식품이다. 반면 파오차이는 배추류나 겨자 줄기, 고추 등을 소금에 절인 것이다. 만드는 방법도, 맛도 확연히 다르다. 그러함에도 중국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도 파오차이에 기원을 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관련 제품을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김치의 태극마크 표기화 추진

이런 사이에 중국 관영언론과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국의 김치가 파오차이고,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등 왜곡된 정보가 게재되기 시작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한다고 밝혔다. ‘신치’는 김치와 발음이 유사하고 ‘맵고 신기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지난 10일 대한민국김치협회는 ‘대한민국 김치’를 세계 각국에 상표로 등록하는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 신청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리적 표시제는 어떤 상품의 명성이 원산지의 특성으로 생겼을 때, 해당 지역 이름을 상표로 인정하는 제도다. 김치 중에서는 ‘여수 돌산 갓김치’가 지리적 표시 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나아가 국산 김치라면 ‘한국 김치’ 인증마크를 찍는다는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곳곳에서 우리 전통 음식인 ‘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반길만한 소식이다. 이러한 노력이 발판이 되어 ‘김치’의 세계화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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