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경기 평택시 오성면 평택농업전시관 전경. ⓒ천지일보 2022.3.17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경기 평택시 오성면 평택농업전시관 전경. ⓒ천지일보 2022.3.17

평택농업전시관

절기별 농업의 역사 한눈에

조선시대 최초 온실 ‘창순루’

스마트 팜 등 다양한 체험도

대표 농·특산물도 볼 수 있어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우리나라 선사시대에 조상들은 봄이 되면 굴봉·따비와 가래로, 이후 극젱이와 쟁기를 사용해 농사를 지었다. 오늘날은 농업에 4차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을 통해 새로운 미래 농업의 세계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는 지난 15일 평택농업전시관을 찾아 선조들의 지혜와 미래 농업의 세계를 더듬어봤다.

사계절 주제로 나뉘어 농기구를 볼 수 있고 간간이 노동민요가 흘러나와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평택농업전시관은 2002년 12월 농업박물관으로 개관을 시작해 2020년 1월 농업전시관으로 개칭 후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했다. 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상 2층 규모로 구성돼 있다.

1층 역사관에서는 농업의 역사와 사계절 풍경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병풍과 조상이 사용했던 농기구와 생활용품, 그리고 조선 시대 최초의 온실인 ‘창순루’ 등이 전시돼 있다. 2층 미래관에는 슈퍼오닝농산물 홍보관과 친환경농업과학실, 스마트 온실 등이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농촌의 사계절을 표현한 농가월령가 회화였다. 디지털 병풍으로 연출한 만큼 농촌의 풍성함과 노동의 즐거움이 가득했던 사람의 땅 평택의 옛 모습이 흥미롭게 눈에 들어왔다.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평택시 청북면에서 발굴된 석관묘와 출토된 다양한 선사시대 농경 도구 등 평택농업 기원의 증거들이 실물 유물로 전시돼 있었다. 요약된 연표와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어 관람에 도움이 됐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사계절 농업에 사용되고 있는 농기구류. ⓒ천지일보 2022.3.17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사계절 농업에 사용되고 있는 농기구류. ⓒ천지일보 2022.3.17

◆절기에 따른 농업활동 한눈에

발길을 돌려 역사관으로 들어가면 농업의 역사를 한 곳에 볼 수 있는데 사계절로 구분돼 계절에 사용하는 농기계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立春)부터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논바닥을 갈아엎는 논갈이를 할 때 선사시대에는 굴봉, 따비, 가래를 이용했다. 이후에는 소가 가축이 되면서 극젱이와 쟁기를 사용했다. 곡우(穀雨)에는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설치하며 농민들은 보리 수확과 모내기 준비로 분주해진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부터 농민들은 댐이나 양수기 등 수리 시설이 미비할 때 용두레나 맞두레로 종일 물을 퍼 올려 논밭에 물을 댔다. 또한 잡초를 수시로 제거하는 김매기 작업으로 바빠진다. 7~8월이면 조금 한가해져 칠석이나 백중날에는 바쁜 농사철을 다 넘겼음을 자축하며 즐겼다고 한다.

추수하는 계절, 가을이 되면 곡식의 결실을 보는 ‘추수(秋收)’가 시작된다. 누렇게 익은 곡식은 낫으로 베고 뿌리작물은 호미나 괭이로 수확한다. 논밭에서 거둔 수확물은 마당이나 공터에서 말려 개상, 그네 등을 이용해 탈곡한다.

수확이 끝나면 땔감을 마련하고 눈이 오기 전 볏짚으로 지붕을 새로 올리느라 바빠진다. 추수한 곡식은 곳간에 저장하고 가을에 수확한 무와 배추로 김장한다. 소설(小雪) 무렵에는 메주를 쑨다. 새끼 꼬기, 가마니 치기, 삼태기와 짚신 엮기를 하고 퇴비로 쓰기 위해 가축 분뇨와 짚을 모아둔다. 이렇게 곡식 저장과 내년 농사 준비로 겨울을 맞이한다.

이렇게 농업의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조상의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옛 조상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가구, 식기 등 의·식·주에 관련된 물건을 보며 우리 조상의 생활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조선시대 최초의 온실인 ‘창순루’의 모습을 담은 모형물. ⓒ천지일보 2022.3.17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조선시대 최초의 온실인 ‘창순루’의 모습을 담은 모형물. ⓒ천지일보 2022.3.17

◆세계 최초의 온실, 조선의 ‘창순루’

또 한쪽에서는 조선시대 최초의 온실로 불린 ‘창순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창순루는 세종실록에 전해지는 최초의 온실로 1438년 강화도에 옮겨 심은 귤나무의 겨울나기를 시험하려고 제작했던 온돌난방이다. 이는 161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난로를 이용한 단순난방온실보다 180년 앞선 것으로 조선시대 온실이 세계 최초의 과학적 난방 온실임이 확인됐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동궐도를 살펴보면 지금은 유실돼 창덕궁 후원으로 진입하는 길이 돼버린 중희당 왼쪽으로 창순루라는 건물이 있다.

동궐도에 그려진 창순루를 보면 반타원 형체의 둥근 지붕, 창실이 없는 문과 섬돌이 놓여 있는 족마루가 있다. 마당엔 붉은 꽃이 핀 화분이 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순루는 실내 온도를 데워주는 벽장이라는 가온 시설을 갖춘 독특한 목조건물로 궁중에서 겨울철 대전이나 왕대비전에 꽃을 피워 올리기 위해 운영됐던 정조 때 온실로 확인됐다.

2층 미래관으로 올라가면 ‘농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다양한 테마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과거 농촌의 생활개선과 기술보급을 위해 활동했던 4-H 운동에서부터 평택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첨단 과학영농과 친환경 농업, 미래의 농업발전상을 볼 수 있다.

4-H란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단체 활동으로 명석한 머리(Head), 충성스러운 마음(Heat), 부지런한 손(Hand), 건강한 몸(Health)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智), 덕(德), 노(勞), 체(體)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스마트 온실에서 딸기 재배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천지일보 2022.3.17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스마트 온실에서 딸기 재배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천지일보 2022.3.17

◆미래 농촌의 모습 ‘스마트팜’

스마트팜은 농업과 축산업 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농장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온실 혹은 축사의 온도·습도·일사량 등의 환경을 점검하고 농작물이나 가축의 상태를 확인한다. 원격 기술을 통해 어디서든 온실과 축사의 정보를 확인하고 상태 이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도심 속 빌딩에서 다양한 식물들을 재배하고 가축들을 사육하며 심지어 양식까지도 가능하게 되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정말 말 그대로 스마트한 팜이다.

아이들이 농부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스마트 온실 체험도 가능하다. 터치패널을 통해 화면에 비치는 스마트 온실에서 딸기재배나 소를 길러볼 수 있다. 화면에 온실과 축사의 정보가 나오면 터치패널에서 직접 조작하고 제어해 딸기와 소의 상태를 해결하면 된다. 제대로 된 제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딸기는 시들고 소는 죽게 되니 정신 차리고 조작해야 한다.

또한 VR을 통해 농업과 4차산업이 융합된 첨단 스마트팜 운영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로 쌀·배 등이 전시된 모습. ⓒ천지일보 2022.3.17

[천지일보 평택=노희주 기자] 평택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로 쌀·배 등이 전시된 모습. ⓒ천지일보 2022.3.17

◆평택서 생산하는 ‘슈퍼오닝’

2층 한쪽에는 평택에서 생산하는 농·특산물 통합상표인 슈퍼오닝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슈퍼오닝은 ‘super+origin+morning’의 합성어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게 해주는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대표 농·특산물로는 ▲엄격한 품질관리로 생산·공급하는 전국 최고의 고품격 쌀 ▲저장력과 당도가 높으며 씹는 맛이 아삭하고 수분이 많아 맛이 시원한 배 ▲빛깔이 곱고 당도가 높으며 속이 꽉 차고 신선도가 좋아 장기 보관이 가능한 토마토 ▲품질이 균일하고 우수하며 맛이 뛰어나 전국으로 출하하는 애호박 등이 있다.

관람을 마무리하고 출구로 나가려는데 절기와 농기구에 관한 컬러링 엽서가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엽서에 색칠하며 즐거워하니 마지막까지 ‘심심하지 않은 전시관’으로 기억에 남았다.

전시관 구경을 마친 김선미(40대, 여, 경기 평택시 비전동)씨는 “과거의 농업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다”며 “아이와 함께 왔는데 역사 공부도 되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병풍 앞에 오랫동안 서서 감상하는 관람자도 있었다. 윤미희(62, 여, 경기 군포시 산본동)씨는 “딸 집에 놀러 왔다가 손주와 다 같이 왔는데 움직이는 그림이 신기하기도 하고 사계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온종일 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평택농업전시관 관계자는 “전시관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 농경문화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고 싶다”며 전시의 목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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