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정서적 폭력 동반
일부 피해자 신고 안해
2차 피해 우려 등 이유
가해자가 역고소 하기도
[천지일보=이재빈 수습기자] 여성폭력의 대부분이 애인・배우자 같은 친밀한 관계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주로 정서적 폭력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2021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분석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분석은 전국(본부 포함) 총 4만 4893건의 초기상담・재상담 중 8979건의 초기상담에 초점에 맞춰 진행했다.
이들은 “초기상담 사례를 피・가해자의 관계에 따라 분류할 시 사건의 51.8%가 전・현 배우자나 애인, 데이트 상대자와 같은 친밀한 관계”라고 발표했다.
또한 “해당 피해자들의 79.6%가 2종류 이상의 폭력을 당했다”며 “‘한국여성의전화(본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중첩 피해 현황’에 따르면 이들이 겪은 신체・성・경제적 폭력피해 사례의 69.8%, 67.5%, 84.7%가 정서적 폭력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신체적 접촉이 없는 폭력일 경우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기반해 그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이유로 ▲신체적・물리적 행위의 유무로 피해의 경중을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사회적 통념 ▲가해자가족・주변인이나 경찰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이번만 넘기면 된다’는 등 피해자의 문제 심각성 인지 부족 등을 꼽았다.
또 다른 이유로 가해자의 역고소가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본부) 친밀한 관계 내 폭력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에 따르면 무고와 쌍방폭력 등을 위주로 피해자에게 도리어 소송을 거는 경우가 18건 집계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수치상 적어보이나 실제 위협이나 협박을 한 사례를 포함한다면 건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지속되는 이유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보지 않은 채 사건을 개인의 싸움갈등으로 축소시켜 여성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은 수사기관과 사법부 등 관련 기관이 폭력의 맥락에 무심해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 정국에서 일부 후보들이 데이트폭력방지법, 비동의 강간죄 등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며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국정 전반을 이끌어갈 대통령은 친밀한 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국가 통계를 구축하고, 가해자 가중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