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올해 상반기에도 대기업 채용시장이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절반(50.0%)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신규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42.1%, 신규채용이 아예 없는 기업은 7.9%였다.
전경련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채용이 없는 기업 비중이 전년 동기(’21년 63.6%)보다는 줄었지만, 작년 취업시장이 워낙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인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2020년 41.3%)으로 돌아가지 못해 여전히 일자리 시장이 어려운 상황임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비중은 50.0%로, 이 중 채용 규모가 작년과 비슷한 기업은 54.3%이고, 작년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41.4%, 줄이겠다는 기업은 4.3%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인재 확보가 어려움(19.2%)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음(17.3%) ▲회사 상황이 어려움(13.5%) ▲고용경직성으로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움(13.5%) ▲내부 인력 수요 없음(11.5%) ▲하반기 공채만 진행(3.9%) ▲과도한 규제로 인한 경영 어려움(1.9%) 순으로 조사됐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업종 경기가 좋아질 전망(44.8%) ▲신산업·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24.1%) ▲미래 인재 확보(20.8%) ▲퇴사로 인한 인력 수요(10.3%) 등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 대졸 채용시장에서 기업들이 이공계열 전공자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6명(61.0%)은 ‘이공계열’ 졸업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문계열(36.7%) ▲의약, 예체능 등 기타 전공계열(2.3%)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제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 가운데 이공계열 비중은 37.7%였고, 인문계열은 그보다 많은 43.5%였으며, 의약·예체능 등 기타 전공계열은 18.8%였다.
전경련은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R&D 중요성 확대 등으로 이공계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 증가하는 반면, 대학 전공 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중 수시채용을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 10곳 중 6곳 이상(62.1%)은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15.0%,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7.1%였다. 한편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7.9%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대해서도 ▲수시채용 확대(26.4%)를 가장 많이 꼽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경력직 채용 강화(20.5%) ▲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17.0%)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인재채용 증가(9.4%) ▲인공지능(AI) 활용 신규채용 증가(9.4%) ▲ESG 관련 인재채용 증가(8.1%)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 공정성 강화(5.9%) 순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를 내다봤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 빠른 대응을 위해 기업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활발히 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인원 10명 중 3명(29.7%)을 경력직으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10% 미만(26.4%) ▲40%~50%(20.0%) ▲20%~30%(17.2%) 순이었었다. 경력직을 절반 이상 뽑겠다는 기업은 15.7%에 달했다.
또한 기업들은 신규 채용 시 직무경험(20.4%)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력직 채용 강화 기조를 드러냈다. 이어 ▲직무이해도(19.1%) ▲전공과 직무 간 관련성(17.9%) ▲일반직무역량(15.1%) ▲기업에 대한 이해(9.7%) ▲전공 관련 자격증(8.7%) ▲최종학력(4.6%) ▲외국어 능력(3.8%) 순으로 꼽았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늘리기 위해 차기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노동·산업 분야 등 기업규제 완화(43.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18.6%) ▲신산업 성장 동력 분야 기업 지원(17.9%) ▲4차 산업혁명 분야 직업훈련 지원 확대(9.3%) ▲정규직·유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5.0%) ▲진로지도 강화, 취업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4.3%)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오미크론 대유행,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용시장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차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업규제 완화, 인센티브 확대 등 고용 여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