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에 290만명 가입…정부 예상의 7.6배, 은행도 '당혹' (출처: 연합뉴스)
청년희망적금에 290만명 가입…정부 예상의 7.6배, 은행도 '당혹'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2030대의 자산관리를 돕기 위해 실질적 10%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10일 만에 300만명에 육박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수요의 약 8배 큰 규모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정부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수혜 대상을 늘려 일단 가입조건만 맞으면 모든 신청자에게 가입을 허용했다. 상품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사실상 은행들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권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익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품 판매에 동참했음에도 수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정부를 대신해 은행이 뒷감당하고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주장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영업일 기준 10일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 등 11개 은행을 통해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한 청년은 290만명에 달했다. 가입했다가 이 기간 바로 해지한 계좌를 제외하고 4일 오후 6시 마감 시한 이후까지 살아남은 계좌(활동계좌)만 집계한 수치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 지원자(약 38만명)의 7.6배에 이른다. 정부가 저축장려금, 비과세 혜택 등을 지원해 사실상 일반 과세형 적금 상품 기준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출시에 앞서 진행된 ‘미리보기’ 서비스도 5대 은행에서 약 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요일별 ‘출생연도 5부제’ 방식으로 첫 가입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21일에는 쇄도하는 신청으로 일부 은행의 앱에서 수 시간의 접속 지연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까지 접수를 마친 신청자 가운데 가입 요건을 충족한 경우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2021년 중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청년을 배려해 오는 7월께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가 정부 예측 인원의 거의 8배라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대책없이 정책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수요 예측을 실패한 것에 대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부진에 따라 예·적금 등에 돈이 몰리는 자금 흐름 변화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작년에는 투자의 관심이 부동산, 주식 시장 등에 쏠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변하면서 은행 예·적금으로 관심이 다시 돌아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측이 빗나간 것뿐 아니라, 대상 확대 등 정부의 수습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고 일방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측치와의 격차가 너무 큰 것과 함께 은행과 자격 조회 시스템을 담당한 서민금융진흥원이 당국 눈치를 살피며 일별 신청자 수 등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직원들은 지난달 21일 오전 가입 신청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예측 수요(38만명)에 따라 당국이 각 은행에 당일 가입 할당량을 배분해주면 선착순 마감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약 200만명의 미리보기 인원 규모가 알려지자 당국으로부터 ‘일단 오늘 신청 건은 다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청 폭주에 대상 확대를 발표했지만 은행권과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의 금리는 기본금리 5.0%에 은행별로 최대 1.0%p의 우대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따라서 최저 5.0%, 최고 6.0%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현재 아무리 높아야 3% 안팎인 일반 예·적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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