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을지로사옥. (제공: 대우건설)
대우건설 을지로사옥. (제공: 대우건설)

20대 회장 친손자 부장에 앉혀

대우건설 ‘오너리스크’ 생기나

‘독립경영’ 약속 지켜질까 우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이뤄진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손자가 대우건설의 주요 요직인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배치되면서다.

내부에선 회사에서 십수 년을 근무하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갈 수 있는 자리에 입사 1년이 갓 지난 회장의 손자가 낙하산으로 오자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던 정 회장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비난이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흥그룹은 대우건설과의 기업결합 승인이 발표된 직후 대우건설의 임원 90명 중 절반을 퇴사 조치하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감행했다. 해당 인사에는 현 대표이사인 김형 사장과 정항기 사장을 비롯해 미래전략, 재무관리, 조달본부 등 임원 등이 다수 포함됐다.

중흥그룹은 인사를 통해 교체된 40여명 중 30여명이 대우건설 출신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원급에 10여명이 중흥 출신 인사들이 배치되면서 ‘대우건설 중흥화’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대우건설 중흥화 논란은 중흥그룹 회장의 손자를 건설사의 핵심 보직에 앉히면서 더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인사 개편에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친손자인 정정길씨를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배치했다. 정씨는 정원주 증흥토건 부회장의 아들로 1998년생이다. 정씨는 지난해 중흥건설에 대리로 입사해 1년 후 대우건설의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승진했다. 즉 20대 사원이 1년 만에 대형건설사의 전략팀 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오너 3세에 대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이라는 해석과 함께 그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회사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그룹 파산 이후 3년간 잠시 맡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하면 그간 오너가 없었던 대우건설은 오너 일가의 독단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오너리스크’가 없는 건설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와 함께 회장의 친손자를 전략팀 부장으로 앉히면서 추후 정씨가 경영권자가 될 경우 오너리스크가 경영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흥그룹은 지난달 24일 공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발표되자마자 임원 90여명 중 40여명에게 면직 통보를 보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백정완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 (제공: 중흥그룹, 대우건설)
중흥그룹은 지난달 24일 공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발표되자마자 임원 90여명 중 40여명에게 면직 통보를 보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백정완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 (제공: 중흥그룹, 대우건설)

또 아무리 오너 일가라도 주요 보직인 전략기획팀에 20대 부장을 앉히는 것은 납득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씨가 당초 임원급으로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가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부장급으로 직급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년 이상을 회사에 바쳐야 부장직에 오를 수 있는데 고졸 출신이 한 번에 부장직급에 올리는 것을 두고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창선 회장이 앞서 한 ‘독립경영 보장’ 약속을 정면으로 어기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일 정 회장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합병 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로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통한 독립·책임 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중흥 측은 신임 임원의 대부분이 대우건설 출신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노조와 서면 합의한 부분에서 직접적으로 위반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사를 통해 친손자인 정씨뿐 아니라 외손자들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열씨와 김이준씨가 대우건설 사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이들은 정 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과 딸 정향미씨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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