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민이라는 게 있다. 흔히들 말하는 인지상정이라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감정이자 도덕성이다.

최근 서울고법이 술에 취한 손님을 방치해 숨지게 한 주점 운영자 이모 씨에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추운 겨울날 손님에게 장시간 술 수십 병을 먹게 하고 그대로 방치, 숨지게 해 강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올해 1월 초 알고 지내던 손님 A씨가 자신의 업소에서 술을 마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하자 계속 술을 마시게 해 주점에 머물도록 한 뒤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5차례에 걸쳐 A씨 계좌의 돈 600만 원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사흘간 밥도 먹지 않은 채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 등을 마신 A씨는 홀 내부 소파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저체온증과 대사산증으로 숨졌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유기치사 및 절도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유기치사죄 등을 적용,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자신의 업소에서 술을 마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다면 A씨가 신체상 위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지인에게 연락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소비자기본법상의 보호의무를 지닌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법률상 보호의무가 없다고 해도 일반음식점 운영자로서 주류 등 판매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신의칙상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 씨는 A씨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만취해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보는 등 정상적이지 못한 징후를 보이는 등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이 씨의 주장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수십 병의 술을 먹이는 것도 모자라 절도까지 저지르고, 거기에 더해 추운 겨울날 술에 취한 사람을 방치해 숨지게 한 행위는 무엇으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돈이 좋다지만 사람의 생명보다 중하지는 않다. 눈앞의 이익에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정마저도 버려야 할 것인가.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