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부지역에서 노면전차와 버스, 모래주머니로 도로를 막아 방어벽을 구축한 모습이 한 자동차 창문을 통해 보인다. 2022.03.02.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북부지역에서 노면전차와 버스, 모래주머니로 도로를 막아 방어벽을 구축한 모습이 한 자동차 창문을 통해 보인다. 2022.03.02. (출처: 뉴시스)

한국, 美 FDPR 면제국에 포함

현대차·르노 러 공장 생산중단

볼보·미쓰비시, 러서 사업철수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미국의 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국에 포함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 등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 등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면담을 진행하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는 합의를 통해 양국은 국제 사회에서 한미동맹 및 대러 수출통제의 굳건한 신뢰 공조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새로운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FDPR 면제국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았다. FDPR은 제3국이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통제 조치다.

이에 한국은 FDPR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기업이 러시아 현지 자회사 등으로 보내는 자동차 부품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량을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면제국에 포함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 상무부가 아닌 우리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으면 러시아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 품목 가운데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수출 비율은 각각 25.5%와 15.1%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에서 르노그룹(3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22.6%)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7만 1811대(10.3%), 20만 5801대(12.3%)씩 판매해 각각 판매량 3위, 2위를 기록했다.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약 5.8%(현대차 4.6%, 기아 7.5%)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대 규모 자동차를 자체 생산시설도 가동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은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이번 중단에 대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는 무관한 것으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지난 1월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이틀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공급망 문제로 공장 문을 닫거나 일부 업체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를 의식해 러시아 사업 중단에 나섰다. 르노 러시아 법인은 부품 부족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모스크바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르노에 있어 러시아 시장은 프랑스에 이은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전체 판매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폭스바겐그룹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납품 어려움으로 오는 14일부터 생산을 중단한다.

볼보와 미쓰비시, 다임러 트럭 등은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한다. 이들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와 관련한 잠재적인 위험을 피한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러시아 시장에 대한 자동차 선적을 중단하고, 러시아에서 141개의 대리점을 소유한 미쓰비시는 러시아에서의 생산과 판매 모두를 중단했다. 다임러 트럭은 러시아 트럭 제조업체인 카마즈와의 협력과 함께 러시아에서의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즉시 중단에 나섰다. 포드는 우크라 사태와는 별개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캔자스시티 공장 생산을 중단에 들어갔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이날 열린 산업발전포럼 겸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통상패러다임이 자국 이익 우선 등 규제와 규범 위주로 변하며 무역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자동차·철강·이차전지 등 우리 무역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계와 정책 당국 간 원활한 소통에 기반한 통상정책 마련과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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