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2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2.24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2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2.24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교전이 시작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물가·금융·산업 등 전 분야에서 한국경제에 미칠 영양도 적지 않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크게 상향 수정했을 정도로 고물가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원자재·농산물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겨 인플레이션(물가인상)에 계속 큰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도 인플레이션에 더 적극 대응하기 위해 더 빠른 긴축을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기 위축을 더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긴축 속도를 더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국제유가가 장중 100달러(배럴당)를 돌파한 가운데 기름값을 비롯한 국내 물가의 급등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곡물 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밀·옥수수 전체 수입량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인데, 특히 사료용 밀과 옥수수는 주로 두 국가로부터 들여오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불안이 빚어져 물가를 요동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글로벌 경제 위축과 공급망 축소가 더 심화되면 국내 수출기업에도 차질이 예상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가 더욱 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 정부는 올해 3%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했는데, 애초부터 달성 가능성이 불확실했던 터라 2% 중후반까지도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외곽의 우크라이나군 레이더 등 군사시설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서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외곽의 우크라이나군 레이더 등 군사시설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서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일단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25%로 동결했다. 작년 11월과 올해 1월 0.25%포인트씩 두 차례 잇따라 추가로 인상했으나 3회 연속 인상은 피했다.

이번 2월 기준금리 동결은 지금까지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을뿐더러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해 17만명을 넘긴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향후 3월 중 정점에 이르면 27만명까지도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너무 과도하게 속도를 낼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숨고르기를 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4개월째 3%대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데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 등에 대응하려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한 차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2~3회 추가 인상까지도 예측하고 있다.

연준이 오는 3월 15∼16일 FOMC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3월 회의에서 연준이 0.5%포인트(p)를 한꺼번에 올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넘어가지 못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며, 우크라이나에서 밀과 옥수수를 많이 수입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농사에도 차질이 생겨 국제 곡물 가격 급등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요소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향후 글로벌 물가가 고공행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 연준이 경기위축 요소보단 물가인상 억제에 더 무게를 두고 3월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긴축을 더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4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적인 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으므로 무역이나 금리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나라가 너무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미국이 원래 계획대로 긴축을 빠르게 가져갈 것이기에 한은은 이번 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어야 했다. 3월에는 회의가 없는 데다 4월에는 대통령이 바뀌고 한은 총재도 바뀔 것이라 인상시기를 자칫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미국이 오히려 긴축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동결을 시켜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되는 게 금융정책이라 미국이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한은 역시 계속 동결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75%의 무역의존도를 갖고 있어 대외여건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미국의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통화스와프 체결과 함께 달러를 많이 사들여 외환보유고 비중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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