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절밥’에는 편안함이 깃들어 있다. 그 안에는 세상이 뿜어내는 방탕의 피로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한 절과 절밥의 미학을 아는 작가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담아 이 책을 펴냈다. 같은 공간 같은 음식 속에서도 독특한 각자의 단면을 펼쳐낸다.

그러나 찬미하는 대상은 일정한 영역 안에 고정돼 있다. 바로, 밥에 대한 소중함이다. 남기는 밥, 버리는 밥을 놓고 저자들은 세상의 가벼움을 비웃는다. 그들은 안다. 밥이 어디서 왔으며, 어떤 수고와 마음으로 만들어졌는지를. 그 한 톨 한 톨에 담긴 정(情)을, 삶을, 인내를 알기에 감사의 마음을 설파한다.

저자들은 종교를 떠나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되새기면서 풍부하게 소유하는 삶이 아닌 풍성하게 존재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를 일깨워준다.

# 성석제

소설가 성석제는 실제로 절에서 장기간 생활하며 절밥을 얻어먹었던 경험이 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남이 사주는 고기는 먹지만 스스로 사 먹진 않는다’는 특이한 원칙을 세운 그는 체질적으로 채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는 김치나 짠지만으로도 얼마든지 밥을 먹을 수 있는 소박함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찬양한다.

“무뚝뚝하다고나 할지 간소하다고나 할지, 세속의 식당 음식처럼 혀에 착 안겨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평범한 밥 한 그릇에서도 문을 닫아 걸고 치열하게 법과 자아로 가는 유위만을 궁행하고 있는 절 식구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 이해인

수녀 이해인은 법정 스님이 살아 있을 때 절에 하루 묵으며 아침 공양을 했던 일화를 적었다. 그녀는 당시 씩씩하게 절밥을 먹었고, 그 바람에 ‘대식가’라는 별칭을 받게 됐다고 말하며 기억을 떠올린다. 그 이후에는 옆에 스님들이 있으면 주눅이 들어 많이 먹고 싶어도 소식을 하는 척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밥상에서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남이 눈치채지 않게 아주 조금씩 절식하는 노력이 아름답다고 덧붙인다.

“내가 절밥을 언제 또 먹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처럼 바람 많이 불고 스산한 날은 정갈하고 푸근해서 좋았던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이 그리워진다.”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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