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회의 서기 열도 방문에 日 정부 항의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와 일본이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의 대상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충돌했다.

러시아 정부의 안보관련 최고 협의기구인 '안보회의'의 니콜라이 파트루세프 서기가 11일 쿠릴열도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를 방문한 데 대해 일본이 유감을 표시하고 나서면서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파트루세프 서기는 이날 쿠나시르 섬을 방문해 그곳의 유즈노쿠릴스크 마을에서 안보 문제 및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실 고위 인사들과 연방보안국(FSB) 산하 국경수비대 및 국가대(對)테러위원회 지도부, 사할린주(州) 지도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루세프 서기는 또 회의에 이어 일본과 가장 가까운 '탄필리예프' 섬의 국경 초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파트루세프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의 북방영토 방문은 일본의 깊은 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오사무 장관은 "이는(러시아 인사의 쿠릴방문) 일본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으며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곳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일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지난해 11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나시르 섬을 방문하고 뒤이어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열도를 찾으면서 최고조로 격화됐었다.

일본 정부의 주러 대사 소환으로까지 이어졌던 양국 간 갈등은 그러나 올 3월 일본의 대지진 사고 이후 러시아가 서둘러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파견하고 에너지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사고 수습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5월 중순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가 이끄는 대규모 러시아 정부대표단이 또다시 쿠릴열도의 이투룹 섬을 방문하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파트루세프 서기의 쿠릴 방문은 러시아 정부 대표단의 열도 방문에 뒤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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