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지주택)이 전국적으로 사기분양에 이용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지주택 제도 폐지와 피해자 구제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지주택 사기분양이 한창 성행하던 2018년 8월 20일 서울중화지역주택주택조합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2.2.21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이 전국적으로 사기분양에 이용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지주택 제도 폐지와 피해자 구제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지주택 사기분양이 한창 성행하던 2018년 8월 20일 서울중화지역주택주택조합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2.2.21

사기분양 성행, 피해 눈덩이

법적 안전장치 없이 활성화

허술한 정부정책이 피해 키워

뒤늦게 인허가 기준 강화

“은닉재산 몰수해 돌려줘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국적으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기분양 피해가 크게 발생한 가운데 최근 전국에서 관련 형사재판 중 첫 판결이 나왔다. 애초부터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확률이 적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용해 방패막이로 삼는 가운데 법원이 수십억 이상 피해를 낸 지주택에 대해 처음으로 사기분양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분납금을 내고 참여했으나 돌려받을 길이 없어 망연자실한 상태다.

지역주택조합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제도인데,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함께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식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다. 성공만 한다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로 지주택을 활성화하면서 전국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참여했으나 법적 안전장치를 제대로 해놓지 않아 사기분양 등에 이용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유는 조합설립 인허가 기준이 허술해 사기분양 등의 불법이 성행한 데다 이를 제재할 수단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기분양이 아니더라도 실제 입주율은 거의 대부분이 실패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서울시만 해도 총 100~200곳 중에서 실제 착공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성공률이 1~2% 정도 수준밖에 안됐다.

특히 지주택 설립과정 중 토지사용승낙서는 사기분양을 할 수 있는 날개옷이나 다름없다. 총 가구 중 80% 가구가 승낙서에 도장을 받아오면 지자체 주택과가 인허가 승인을 해준다. 주택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을 마련한다는 꿈을 안고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고, 지자체에서는 유령조합이라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허가를 내주는 허점이 있었다. 또한 시공사가 선정되기도 전에 유명 건설사 브랜드를 시공 예정사로 광고를 함으로써 서민들은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참여하게 돼 결국 속수무책으로 사기를 당하게 된 것이다.

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덕)가 2019년 4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사기분양 방지 특별법 제정을 해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덕)가 2019년 4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사기분양 방지 특별법 제정을 해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DB

이 같은 지역주택조합의 허점을 이용한 분양사기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는 2020년 7월 뒤늦게 법을 강화했다. 개정안에는 시공사가 선정되기 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들은 성공사례가 거의 드문 지역주택조합법 자체를 폐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발생된 피해액에 대해서도 구제대책을 바라고 있다.

곧 정부가 허술하게 만들어놓은 지주택 때문에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요즘 대선후보들의 유세가 한창인 가운데 부동산 공약에는 전국적으로 피해가 큰 지주택과 관련한 대책이 나온 게 없어 피해자들을 더 절망에 빠지게 하고 있다.

형사재판 중 유일하게 1심 이상 나왔던 서울 중화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사건은 지난달 27일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조차 아직 나온 재판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지주택과 관련한 여러 재판에서 법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주택 분양사기사건은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70)씨가 136명으로부터 150억원대 조합비를 걷어 이를 편취·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검찰 측에 따르면 백씨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중화지역 사업구역 내 토지사용승낙률을 부풀려 금방이라도 아파트를 분양할 것처럼 속여 조합원을 모집했다. 백씨는 이들 136명으로부터 약 66억원을 받아 편취하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중화지역주택조합 등에서 조합자금 약 90억원을 빼돌려 유흥비 등에 탕진했다고 검찰과 법원은 판단했다. 약 3년간의 재판과정을 통해 검찰은 징역 17년에 벌금 30억원, 추징금 111억 2천만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백씨에게 징역 11년에 추징금 88억 9200여만원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경 ⓒ천지일보 2022.2.5
대법원 전경 ⓒ천지일보 2022.2.5

이같이 지주택 관련 첫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덕)가 2018년 6월부터 백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인 덕분이다. 그 결과 검찰은 2019년 4월 15일 백씨를 사기·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피해자 민사소송 변호인인 임재홍 변호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피해액이 상당히 많고 피해자도 다수다. 법원이 최종 백씨에게 분양사기범이 맞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민사관련 소송에서도 이를 참조해 판결을 내릴 것이다. 다만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돌려받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 62명의 민사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인이다.

김성덕(60, 여) 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우리 조합원 피해자들은 한평생 모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분납금 피해금액을 그 어디에서 되찾아올지 막막해 날마다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고인이 친인척까지 은닉해놓은 재산을 국가가 모두 몰수하고 환수해서 법으로 피해금액을 나눠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회는 언제라도 사기분양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현 지역주택조합법을 즉각 폐지하고, 전국 모든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이 분납금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안과 사기범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법안을 함께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만약 정부와 국회가 지역주택조합 특별법 법안 제정 등 피해대책을 세워주지 않을 경우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자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중화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사건 2심 판결이 난 후 피해자들이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69)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한 징역 11년에 추징금 88억 9200만원의 판결을 내렸다. 백씨는 136명으로부터 150억원대 조합비를 걷어 이를 편취·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5
작년 10월 12일 중화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사건 2심 판결이 난 후 피해자들이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한 징역 11년에 추징금 88억 9200만원의 판결을 내렸다. 백씨는 136명으로부터 150억원대 조합비를 걷어 이를 편취·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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