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 양국 간 관계가 1979년 평화 조약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두 국가는 이스라엘 대사관 습격 사건에 따른 경색 국면의 흐름을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집트 수 백명의 시위대는 지난 9일 오후 카이로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 난입해 국기를 불태우고 문서를 사무실 밖으로 날려버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집트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천49명이 부상했다고 보건장관이 밝혔다.

이스라엘 시각에서는 자국 대사관을 에워싼 보호벽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주변 차량이 불에 타고, 상당수 문서가 훼손됐다는 사실에 이집트 정부에 강력히 반발할만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인 길라드 에르단 환경장관은 11일 AFP통신에 "양국의 관계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단 장관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는 이집트와의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것은 양국의 이익에 모두 들어맞는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이스라엘 대사관에 남아 있던 경비원 6명을 구조해 준 것에 이집트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카이로 주재 대사와 일부 직원들을 피신시켰으나 이집트 정부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부대사는 남겨두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이집트가 그간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 온 중요한 아랍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국가다.

이집트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 역시 양국 관계 경색을 경계하고 있다.

군부는 이스라엘 대사관 습격한 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또 앞으로 대사관에 대한 습격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국제적 조약을 이행하고 외교 사절단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군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관계 유지와 반(反) 이스라엘 정서를 드러낸 이집트 시민 압력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관계 유지 조건 등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이집트 국민 대다수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어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친(親) 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해 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중동 전문가 카이리 아바자는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양국의 충돌은 모두에게 손해이다. 두 국가가 군사적 충돌을 빚거나 (1979년 체결한) 평화 협정을 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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