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욱 진화된 K-좀비의 결정체
배경이 된 ‘학교’ 활용도 높아
여러 사회 문제 담고 있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뺏고 있는 중이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정상을 차지한 후 2주가 넘게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뺏은 지우학의 매력은 무엇일까.
◆ K-좀비, K-고딩좀비로 진화
‘지우학’은 설 직전인 지난달 28일에 공개됐다. 다음날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여태껏 왕좌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공개됐던 ‘지옥’의 기록을 갈아치운 결과다.
그 중심에는 K-고딩좀비가 있다. 한국형 좀비물로 일컬어지는 일명 K-좀비는 부산행, 킹덤 등을 통해 발전했다. 특히 킹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전 세계로 퍼지면서 K-좀비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킹덤은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로 제작됐으며 올해 시즌3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K-좀비의 매력은 단연코 캐릭터에 부여된 ‘서사’다. 킹덤의 경우 굶주린 백성들이 좀비가 됐으며 이번 지우학의 경우 학교 폭력을 당한 아들을 위해 과학 선생인 아버지가 바이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이처럼 K-좀비에는 좀비가 만들어지는 원인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를 통한 캐릭터 서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움직이는 형태 역시 기존의 할리우드 좀비와는 다르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좀비물에서는 분장을 통한 시각적인 기괴함을 만들어낸다면 K-좀비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좀비의 기괴함을 표현한다. 이는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장치가 된다. 이를 위해 킹덤은 물론 지우학에서도 안무가가 투입돼 K-좀비를 만들어냈다.
서사와 역동적인 몸짓이 더해져 만들어진 K-좀비는 지우학을 통해 K-고딩좀비로 진화했다. 학교라고 하는 배경은 극의 흐름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평범하면서도 한정된 배경의 급식실, 음악실, 도서실에서 등 흔히 볼 수 있는 기물들을 이용해 좀비를 퇴치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장면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공간적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아찔한 효과를 준다”면서 “도서관 책장 위에서 마주하는 청산과 귀남, 복도를 따라 팽팽하게 내달리는 미션, 강당을 안전하게 가로질러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장면들이 특별함과 평범함으로 스릴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한국의 좀비 쇼가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라며 “세계를 뒤흔드는 어두운 실존주의를 그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 아쉬움이 남는 선정성
다만 지우학에서 아쉬운 점은 선정성이다. 물론 시청 연령 등급을 청소년 관람 불가로 정했으나 OTT 특성상 청소년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보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지우학의 선정성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지우학 1회에서 보여지는 학교 폭력과 청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묘사는 단순히 사회 문제의 일부라고 치부하기에 적나라하다고 할만큼 묘사가 자극적이다. 물론 현실은 그보다 더욱 가혹한 사건들도 있으나 과연 이것을 1회 전면에 배치할 정도로 집중적인 묘사가 이뤄져야 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아들이 당한 학교 폭력으로 인해 아버지가 직접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서사의 과정은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액션신’으로 보여지는 자극적인 묘사는 불필요했다. 충분히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부정(父情)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묘사가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극중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여러 문제는 결국 이 작품이 단순히 오락적인 작품을 넘어서서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폭력과 더불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기는커녕 묵인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인 도시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적인 문제, 좀비를 피해 다른 도시로 겨우 떠난 주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타도시의 모습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단순히 오락성에 초점이 맞춰진 여타의 좀비물과는 결을 달리하면서 해외 반응은 신선하다는 평을 보내고 있다. 지우학은 미국의 드라마, 영화 정보모음 사이트인 IMDB 점수에서 10점 만점에 7.7점을 받고 있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에서는 80%를 넘기고 있다. 해외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K-좀비 장르에 걸맞은 복잡하고도 인간적인 창작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라는 등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