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국기가 게양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2 베이징올림픽 논란 계속

봉송 주자에 위구르족 선수

나치 베를린올림픽 비교도

“인권유린 모른척” IOC 비난

[천지일보=이솜 기자] ‘함께 하는 미래(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구호)’는 누구와 함께한다는 것이었나.

올림픽은 전통적으로 개최국이 국제 외교와 다양한 방면에서 이미지를 개선하고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기회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뻔뻔한 광경은 히틀러가 유치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었다는 비난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서 ‘종족말살 게임’ ‘편파 판정’ 비난

이번 올림픽은 성화 봉송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봉송 주자에 신장 출신 위구르족 스키 선수 디니거 이라무장과 2020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중 양국 군인들 간의 몽둥이 충돌에 참여했던 치파바오 인민해방군 연대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사설을 통해 이를 두고 전형적인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를 상대로 인권유린의 증거를 당당하게 보이며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망상에 빠졌다고 주장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가 어떤 현실을 헷갈려 하길 바라는 것일까. 중국 정부가 100만명 이상의 무슬림 위구르인들을 서부 신장 지역에 있는 수백 개의 수용소에 감금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중국의 위구르족에 대한 처우가 ‘제노사이드(종족말살)’에 해당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후임자인 토니 블링컨 장관도 그의 평가에 동의했다.

종족말살 선언은 가볍게 던져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94년 르완다에서의 대량학살을 종족말살로 선언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일부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올림픽을 ‘제노사이드 게임’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포함한 몇몇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베이징의 인권 침해나 코로나19 제한을 이유로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나치가 1936년 올림픽을 선전용으로 사용했던 것과 같은 성화 봉송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올림픽이 위구르인 박해와 같은 잔학 행위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쇼트트랙, 스키 점프 등에서 불거진 편파 판정은 중국 밖의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과 한국 등 매체들은 중국 선수에게만 유리한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더 다이제스트는 9일 “‘중국 제일주의(China first)’ 판정을 세계가 의심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가 중국 런쯔웨이의 견제를 받고 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가 중국 런쯔웨이의 견제를 받고 있다.

◆“IOC, 중국 경제 참가자 중 하나일 뿐”

중국과 더불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본래의 역할을 잊고 사업체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IOC는 1936년 베를린 하계올림픽의 아돌프 히틀러부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블라디미르 푸틴까지 권위주의 통치자들과 경기를 치러냈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베를린 게임 당시 독일은 반유대주의가 명백해졌고 유대인에 대한 시민권 등록을 배제하고 유대인과의 결혼이나 성관계를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진행됐다.

비평가들은 중국이 위구르족을 감금하고 정부를 비난한 수많은 사람들을 체포한 사실을 IOC 역시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국 국장 소피 리처드슨은 “IOC가 베이징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공개적으로 맞서지 못한 것은 올림픽이 ‘선을 위한 힘’이라고 하는 그들의 약속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0년 전 금메달리스트 펜싱 선수였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 같은 정치·인권 논란을 항상 피해왔다. 그는 앞서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만약 우리가 정치세력의 긴장, 분쟁, 대립의 한가운데 있다면 이는 올림픽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림픽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온 스미스 대학 앤드류 짐발리스트 경제학 교수는 AP통신에 IOC가 너무 위험부담을 꺼려 명성에 먹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IOC)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을 했으면서도 정치적이지 않은 척 한다”며 “중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자체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짐발리스트 교수는 IOC가 정치적 불똥이 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인권과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포터 매기 버크넬대 교수는 IOC가 중국의 거대한 경제에서 많은 참여자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우려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그들을 비판하는 건 정당하다”며 “그러나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기가 오히려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IOC가 유니폼 계약을 맺은 곳은 위구르 강제징용과 연계된 중국 의류 브랜드 안타스포츠다. 반도체 제조사 인텔은 지난달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자사 협력체에 신장산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을 밝혔다가 중국인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고 이 지시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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