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덕 성균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仁은 옳은 일 보면 언제든지 목숨 거는 것”

오늘날 ‘살신(殺身)’은 선비정신의 실천·봉사·가르침
인간성 회복(回復)위해 지극한 정성 인내심 요구

[김지현ㆍ박준성 기자] 우리나라 유림(儒林)의 대표인 최근덕(崔根德) 성균관장은 1936년 경남 합천 고을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장 어렸을 때의 오랜 기억은 돌이 지났을 무렵 어머니 젖을 떼고 할아버지 옆에서 자던 때다. 집안이 아주 엄격해서 ‘남녀 1세 부동석’이었던 셈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기세등등하던 일본 순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예를 갖출 만큼 그 고을의 큰 어르신이셨던 할아버지는 당대의 실력파 유학자였다.

“일본 순사가 가끔 집에 오면 차고 있던 칼을 마루에 내려놓고 방에 들어와서 할아버지에게 절을 하곤 했지. 일본인 선생도 새로 부임해서 오면 꼭 인사를 하러왔어” 최 관장은 어린 시절 영화처럼 떠오르는 장면을 생생한 이야기로 전했다.

그런 할아버지 덕에 최 관장은 아기 때부터 몸을 똑바로 하고 잠을 잤다. 한 살 버릇 여든까지, 최근덕 관장은 지금도 잠자리에서 몸부림을 안치고 바른 자세로 아침까지 그대로 있다고 한다. 최 관장의 어린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할아버지의 삶 자체와 집안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교육의 장(場)이 됐다.

그는 여동생만 셋인 장손으로서 집에서 천자문, 소학을 다 뗐다. 후에 그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본격적으로 서당에 다녔다. 처음엔 외할아버지가 가르치는 서당에 다녔고 광복 후 창서 정 선생이라는 큰 학자 밑에서 배웠다. 그는 이 시대 마지막 서당인으로 55년도 성균관대학교에 들어왔을 때까지 서당을 다녔다.

그는 서당에서 배운 것을 종일 읽고 또 읽어서 그날 다 외웠다. “전날 배운 것을 서당 선생 앞에 가서 외우면 다음 진도를 가르쳐주고 못 외우면 안 가르쳐주니까… 그래서 느린 사람은 3년에도 못 떼는 것을 빠른 사람은 한 달 만에 책을 끝냈지” 라고 말하는 그는 당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훤히 다 외웠는데 책 몇 장 어디에 빈대 피가 묻어 있는 지까지 다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숙전(王肅傳)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말처럼 “책을 읽을 때 백번만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며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저절로 그 뜻이 깨우쳐져 알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관장의 조부와 부친은 창씨개명도 하지 않아 50~60리를 걸어 일본 경찰에 여러 번 끌려갔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어린 최 관장을 불러서 창씨개명을 하라고 했다.

“그 시절 일본의 권세는 대단했어. 일본 헌병 보조원들이 가위를 가지고 길에 다니면서 상투를 자르지 않은 사람을 보면 그 자리에서 자르던 시절이었으니까. 숨어있는 사람까지 쫓아가서 잘랐지” 그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하지만 최 관장의 할아버지는 끝까지 상투를 자르지 않았다.

유교의 선비정신 가운데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사랑’
신라부터 조선말에 이르는 선비정신에 대해 여러 해 동안 칼럼을 연재한 최근덕 관장은 ‘선비정신’을 무엇이라 설명하는가.

최 관장은 “유교사상에서 대표적인 선비정신 가운데 ‘살신성인’이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인(仁)을 실현하는 것이다. 인(仁)은 넓은 의미의 사랑, 나라 사랑, 조상 사랑과 부모 사랑, 형제 사랑도 포함된다. 그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 몸은 언제든지 죽어도 좋다는 것. 나라의 어려움, 국란을 당했을 때 더욱 그 정신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옳은 일을 보면 언제든지 목숨을 거는 것이 인(仁)이다. 인(仁)의 실천으로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仁)자는 사람 인(人) 옆에 두 사람, 즉 두 사람 간의 사랑이다. 공자의 제자가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공자가 “애인(愛人)이니라”고 했다.

그는 또 “어느 종교든지 사랑이 있지만 유교의 ‘인’은 기독교의 박애나 불교의 자비와는 좀 다르다. 유교의 사랑은 보편적인 사랑이며 자신의 부모에 대한 절실한 사랑이 효(孝)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현대의 살신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선비 정신의 실천과 봉사,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유교의 본연은 ‘가르치는 것’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윤리와 도덕, 인간의 기본 질서를 가르치는 것도 살신성인”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한국에는 “교(敎)가 없다”
“자신이 먼저 본(本)이 되어야 교육이 된다. 자기는 ‘바담 풍’하면서 ‘바람 풍’이라고 하라고 하면 되겠는가. 자기가 올바르면 학생들에게 엄격하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반항하지 않는다. 체벌을 가해도 조금도 거부반응이 없도록 덕(德)으로 감화를 시켜야 한다” 최 관장이 교육에 대해 짚어준 말이다.

그는 또 “가르칠 교(敎)자는 효도 효(孝)자와 채찍질할 복(攵)자가 합한 자이다.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효도하라고 채찍질하는 것이 교육”이라며 “요즘은 효도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교육, 교육하면서도 가르칠 교(敎)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교육계 문제를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수학 덧셈 뺄셈, 영어 단어나 외우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인성교육, 효도교육이 거의 없다. 그러니 학생들이 건드리기만 해도 ‘왜 때려!’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우리나라가 교육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관장은 “교육이 이렇게 돼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디로 갈 지 모른다. 특히 초등교육부터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며 “인간성 회복 교육이 먼저 밑바탕이 된 다음에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이 목표에 대한 집념과 끈기가 부족함을 아쉬워했다. 또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극한 정성과 인내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용의 도(道)란 “최선의 지점을 찾는 것”
중용(中庸)에서 중은 가운데 중(中)이 아니고 ‘최선(最善)의 지점’을 말한다. 중용의 도를 찾기 위해서는 가치의 문제를 놓고 정신과 물질이 저울에 달렸을 때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도 끊임없이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는 “사람마다 하루에 적어도 70번 이상의 결정하는 순간을 맞는다”며 “값(가치)을 어디에 두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가난하지만 올바르게 사는 사람보다 비싼 차 탄 사람이 더 인정받는 세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근덕 관장은 가치관이 전도(顚倒)된 이 시대의 올바른 교육에 관심과 정성을 모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덕 성균관장 약력
1992 (사)율곡(栗谷)학회 이사·회장
2001 유교학회 이사장(현)
2001 (사)유교학술원 원장(현)
2004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대표(현)
2004~2011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2011 (주)성균관유교방송 대표이사(현)

유교사상 중심 ‘성균관’… 孝와 禮와  가르쳐

▲ 성균관 춘기 석전대제 (사진 제공: 성균관)

[손선국 기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예(禮)를 중시해왔다. 이를 근본으로 우리민족은 효를 으뜸으로 여겨 오랜 기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오면서 유교사상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꽃피웠다.

이러한 유교를 대표하는 중앙기구가 오늘날의 성균관이다. 본래 성균관은 제사와 교육 두 가지 기능을 했다. 하지만 1936년 사립학교법 제정에 의해 성균관대학교가 성균관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대학교는 교육기능을 전담하고 성균관은 제향 기능만을 담당하게 됐다.

유교(성균관)의 수장은 성균관장이며 지방 234개 향교의 책임자는 전교라 부른다. 이들은 성직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전교를 보좌해 분향과 석전을 행하는 6개부서의 장의가 있다. 이들은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성현들에게 분향하고 춘추로 석전을 올리며 유교의 성인을 추모하는 제향 기능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향교 산하에는 약 295개 지부의 유도회가 있어 그 지역의 사회교화운동을 담당한다. 각 지부는 책임자인 지부회장이 전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딱히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는 유교의 구성원인 유림에 의해 설립됐지만 지금은 완전히 독립된 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인 유교교육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일반대학교의 기능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유교의 세력을 더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성균관은 내부에 여러 교육기관을 두어 유교 경전과 예절, 교양 등을 가르쳐 유교의 가장 중요한 의례인 석전(공자에게 제사 지내는 의식)을 계승‧보존하는 동시에 유림지도자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성균관 석전대제 등가. (사진 제공: 성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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