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 시너지 줄까” 우려도
싱가포르, ‘조건 없이 승인’
해외 승인 절차 속도 박차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열쇠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9일 승인 여부를 심의했다. 업계에선 공정위도 합병은 허가하되 일부 이권을 저가항공사(LCC)에 분배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전날 싱가포르 경쟁 당국이 합병에 대해 조건 없이 승인한다고 밝힌 가운데 남은 해외 승인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안건을 논의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 결정 절차로,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인이 참석하게 된다. 전원회의에선 대한항공 측 의견을 반영한 세부 조건을 확정한 결과가 나올 전망이며, 결과 발표는 며칠 후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될 경우 국내에서도 글로벌 ‘메가 케리어’가 탄생하는 만큼 공정위가 원안대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과점 노선 방지를 위해 일부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운항 권리)을 LCC에 일부 재배분하는 조건이다.
대한항공이 이를 얼마나 수용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일각에선 합병의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덩치를 키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소위 ‘알짜 노선’을 반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통합 항공사 출범’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도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두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를 철회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8일 싱가포르 경쟁 당국이 양사의 합병에 대해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림에 따라 남은 해외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가 150여명의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두 항공사가 결합하더라도 신규 항공사 취항이 제한되지 않으며 독점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한국과 자유화 협정을 체결한 싱가포르가 무조건 승인함에 따라 같은 협정을 체결한 미국에서도 기업결합 심사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화 협정이란 공항 슬롯만 확보되면 언제든 운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 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이다. 일각에선 EU가 앞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사례에서처럼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엄격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