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위치한 수옥폭포에서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2.2.8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 위치한 수옥폭포에서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2.2.8

사극 촬영지로 꾸준히 각광

20m 기암절벽에 장엄함도

청렴함 기리는 정자 ‘수옥정’
원광 저수지 둘러싼 폭포길  

보물 제97호 마애이불병좌상

[천지일보 충북=홍나리·이진희 기자] “겨울이라 수안보 온천 갔다가 이곳에 들렀어요.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고 있으니 그간 답답한 마음도 한결 풀리네요.”

괴산 수옥폭포를 바라보던 정미진(56, 여, 서울시)씨가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수옥폭포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충주시 수안보면이 맞닿아 있어 사계절 내내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씻어내린 구슬’이라는 폭포 이름처럼 눈 쌓인 절벽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물방울들이 마치 구슬 같다.

아울러 가파른 기암절벽이 한 폭의 수묵화같이 펼쳐져 여인천하·다모·선덕여왕 등 사극 촬영지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수옥폭포가 한파로 얼어 빙벽을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 2022.2.8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수옥폭포가 한파로 얼어 빙벽을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 2022.2.8 

자연이 선물한 ‘얼음성’ 수옥폭포

조선 시대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던 통신사 일행은 동사일기(東梭日記)에 이렇게 묘사했다.

“깎은 듯한 석벽이 삼면에 둘렀고 고목이 울창하게 뒤얽혔다. 공중에 달린 폭포는 10여길이 넘고 가루분처럼 튀는 물방울을 보니 마치 눈이나 서리 같고 폭포수는 절구질하듯 돌항아리에 그대로 쏟아져 내려 조그마한 못을 이루었다.”

수옥폭포는 조령 삼관문에서 소조령으로 흘러내리는 계류가 절벽을 통과하면서 형성됐다.

높이 20m에 이르는 폭포 절벽은 총 3단의 계단형식이다. 계단식 바위를 타고 흐르다 얼어붙은 빙벽은 수옥폭포만의 절경이다.

이처럼 독특한 계단식 구조와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고목들로 인해 과거엔 천연 요새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려 말기에는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공민왕은 초가와 조그만 절을 짓고 폭포 아래 작은 정자를 세워 말세의 비통함을 잊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수옥폭포 왼쪽으로 청렴함을 기리는 수옥정이 보인다. ⓒ천지일보 2022.2.8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수옥폭포 왼쪽으로 청렴함을 기리는 수옥정이 보인다. ⓒ천지일보 2022.2.8

수옥폭포를 좀 더 편히 감상하려면 바로 곁의 정자 ‘수옥정’을 찾으면 된다. 수옥정은 조선 숙종 때 연풍 현감으로 있던 조유수(1663~1741)가 삼촌 조상우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앞서 수옥폭포를 찬미한 통신사 일행은 이 정자에 대해 “판판하고 널찍한 반석이 있어 마치 궁중의 무대 같다”고 표현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18세기 지도 ‘연풍군읍지’ 에 지명과 함께 그려진 유서 깊은 장소다. 1960년에 이르러서는 괴산군에서 새로 복원했다.

수옥폭포 길 따라 걷다 만나는 마애이이불병좌상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수옥폭포 길에서 보이는 원풍 저수지 풍경 ⓒ천지일보 2022.2.8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수옥폭포 길에서 보이는 원풍 저수지 풍경 ⓒ천지일보 2022.2.8

매서운 한파에도 쏟아지는 물줄기의 비밀은 바로 폭포 위 저수지다. 폭포 옆 수옥폭포 길을 따라 올라가니 해발 1025m 조령산 자락의 원풍 저수지가 펼쳐진다. 저수지를 둘러싼 2.3㎞ 데크 길을 걷다 보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충북 괴산군 원풍리에 위치한 보물 제97호 마애이불병좌상 (제공: 괴산군청)
충북 괴산군 원풍리에 위치한 보물 제97호 마애이불병좌상 (제공: 괴산군청)

폭포 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보물 제97호 ‘마애이불병좌상’이다.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 자리한 이 불상은 고려 시대 때 높이 12m의 암벽을 파서 조각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두 불상이 나란히 앉아 있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불병좌상이다. 넓적한 얼굴과 가늘고 긴 눈, 뭉툭한 코에 굳게 다문 입이 서로 닮아있다.

두 불상 중 오른편 불상의 코가 유난히 뭉툭한 데에는 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가 근엄하고 힘 있게 생긴 이 불상을 보고는 “인근에 장수가 많이 나겠다”며 불상 뒤쪽의 혈을 찌르고 코를 베어버렸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6.25전쟁 때 박힌 총탄의 흔적도 고스란히 보인다. 그럼에도 두 불상은 베인 코와 푹 패인 상흔을 간직한 채 그저 은은한 미소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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