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으로 한복 논란
조선족 한복 입고 中국기 전달
중국 고유 의상 오해 여지 있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중국의 ‘한복 공정’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착용한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표현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이번 논란은 지난해 올림픽 홍보 영상을 통해 예고된 상황이어서 정부가 대책 없이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소수민족 여성이 등장했다.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프로그램에서 중국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조선족 대표가 한복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스크린 속 영상에서 한복입은 남성들이 우리나라 전통 소고를 들고 상모를 돌렸고, 여성들은 세 개의 북을 치는 ‘삼고무’를 선보였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강강술래는 마치 중국 고유문화인 듯 고스란히 방영됐다. 또한 전통 민속 문화인 떡메치기와 윷놀이, 우리나라 음식인 김치, 김밥 등도 버젓이 등장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덕담을 전하는 말도 영상에 등장했다. 이것이 중국 동계올림픽인지, 한국 동계올림픽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문제는 전 세계인이 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민족으로 한복 입은 조선족이 등장하는 것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자칫 한복이 중국 고유의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겨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영상 (출처: 온라인 캡처)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영상 (출처: 온라인 캡처)

이 같은 일은 이미 예고됐었다. 중국의 동계올림픽 홍보영상 ‘얼음과 눈이 춤춘다’에서 무용수들은 곱게 한복을 입고 눈밭에서 단체로 춤을 줬고, 남성도 흥겹게 상모를 돌렸다. 2008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에서도 한복이 등장했다. 올림픽뿐 아니라 중국의 여러 중요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포털사이트와 언론에서는 김치, 한복, 판소리 등 한국의 고유 문화를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인과 전 세계인에게 알려왔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면서 잘못된 사실을 기록하고 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우리 정부는 이번 ‘한복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막식에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황희 장관은 ‘한복 논란’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직접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함으로써 한복은 한국의 전통의상임을 알렸다”며 무언의 항의 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역사 전문가들은 이번 ‘한복 논란’이 동북공정의 확장판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 문화 훔치기는, 과거 중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한국의 역사인 고조선,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한 이른바 ‘역사 동북공정’의 확장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공정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한국의 전통문화까지 훔치겠다고 전세계에 선포하는 ‘문화 동북공정’의 신호탄이라고 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아무리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진실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만 한다”며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당당히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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