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에 정자 옆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다. 원동산 안에 불 피운 흔적은 여러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에 정자 옆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다. 원동산 안에 불 피운 흔적은 여러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2.2.5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의견비

주인 살린 개 충성심 그려

전북 민속문화재 1호 무색

선정비 인물명에 페인트칠

관리 제대로 안 돼 ‘실망’

몇주 지나도 그대로인 모습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깨진 가로등, 파손된 정자,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쓰레기.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있는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 의견비와 원동산공원의 모습이다.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정자가 파손된 상태로 바닥에 방치돼있다.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정자가 파손된 상태로 바닥에 방치돼있다. ⓒ천지일보 2022.2.5

이곳은 주인을 살리고 희생한 개의 무덤에 지팡이를 꽂자 얼마 후 싹이 돋아 큰 느티나무가 자랐다는 고려 시대 설화를 간직한 ‘의견비’와 원동산공원이 있다. 원동산은 1919년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오수만세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전북 임실군은 ‘주인 살린 개의 충성심을 기리기 위한 비’를 지난 1955년 4월 8일 세우고 주위를 단장해 원동산공원을 만들며 일주문까지 세웠다. 이후 1972년 12월 2일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으나 관리상태가 엉망이라 주민과 관광객의 원성이 자자하다.

오수면이라는 지명은 개의 무덤에서 자란 느티나무를 가리켜 ‘오수(獒樹)’라고 불린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의 고장’ 또는 ‘의견의 고장’으로 임실군 오수면은 의견공원, 의견공원관광지, 펫 추모공원 등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지만 진작 관리해야 할 문화재에 대해서는 소홀해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파손된 정자의 일부 모습.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파손된 정자의 일부 모습. ⓒ천지일보 2022.2.5

본지는 지난달 31일 이곳을 방문한 후 2월 4일 또다시 찾았다. 원동산공원 일주문을 통과하면 정자가 바로 보이는데 정자의 난간은 여전히 깨져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파손된 정자 난간에는 나사가 튀어나와 있었고 무너진 난간은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불을 피운 흔적도 여기저기 남아있었고 정자에는 과자부스러기와 소주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김갑자(가명, 80, 여, 임실군)씨는 “10여년 전에도 원동산공원에서 누군가 불을 피워 정자에 불이 옮겨붙은 적이 있어 직접 신고했었다”며 “지인이 예전에 3만원 정도 받고 화장실 청소나 공원 쓰레기를 치운 적이 있는데 그 지원금으로 누가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요즘은 얼마 지원해주는지 모르겠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관리할 마음이 들 정도로 지원해줘야 관리가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선정비 중 하나가 파란색 페인트칠이 된 상태로 방치돼있다.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선정비 중 하나가 파란색 페인트칠이 된 상태로 방치돼있다. ⓒ천지일보 2022.2.5

정자를 지나면 오수 원동산 선정비가 여러개 세워져 있다. 이 중 하나에는 페인트칠까지 되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인성(50, 남)씨는 “선정비를 보다가 파란 페인트를 봤는데 오죽 이 인물이 싫으면 칠했을까도 싶지만 그대로 방치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원동산공원 내 가로등도 깨져 있었다. 거미줄과 온갖 먼지가 뭉쳐 있어 제 역할을 할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또 공원 내 깨진 가로등의 유리조각, 장갑, 잘린 나뭇가지 등이 바닥 곳곳에 뒹굴고 있어 어린아이라도 밟으면 어쩌나 싶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이민지(가명, 29, 여)씨는 “의견공원에 산책 왔다가 의견비를 보고 귀가하는 참인데 너무 많이 지저분하다”며 “관리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리 조각이 떨어져 있어 강아지가 밟을 뻔했다”며 “가로등도 지저분한 데다 켜질지 몰라 밤에는 못 올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가로등이 깨졌거나 거미줄과 먼지로 뒤엉켜있다.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내 가로등이 깨졌거나 거미줄과 먼지로 뒤엉켜있다. ⓒ천지일보 2022.2.5

의견비를 보러 왔다는 김정수(40, 남)씨는 “주변에 주차시설은 괜찮은데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식당 화장실을 썼다”며 “의견비에 설명이 써졌지만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민속문화재인데 관리사무실이라도 설치해서 의견비와 지역에 대해 알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실군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파손된 정자와 관리되지 못한 원동산공원에 대해 “오수면에 한 달에 10만원 정도 지원금을 주고 관리 인원채용과 공원 관리를 맡겼다”고 답했다. 이에 오수면 관계자는 “청소담당자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서 청소하고 있다”고 짧게 해명했다.

임실군 한 주민은 “몇주전에도 왔었다”며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고 정비된 게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안에 있는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 ‘의견비’.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안에 있는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호 ‘의견비’.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입구 모습. 원동산은 지난 1919년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오수만세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천지일보 2022.2.5
[천지일보 임실=류보영 기자] 전북 임실군 오수면 원동산공원 입구 모습. 원동산은 지난 1919년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오수만세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천지일보 2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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