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AP/뉴시스]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추가 확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날에 열린 두 정상의 회담은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더 긴밀한 동반자 관계가 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양국의 공동성명이 40년간 미국과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온 중국의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낸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을 6차례나 거론하며 호주 등 아시아 지역과의 동맹, 군비통제 등 정책을 문제 삼았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대치 상황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 금지를 거듭 촉구했다.

공동성명은 “러시아와 중국은 인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저해하려는 외부 세력의 시도한다”며 “특정 국가, 군사 및 정치적 동맹과 연합은 직간접적으로 일방적인 군사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을 통해 중국은 나토와 관련해 러시아를 가장 노골적으로 지지했으며, 이는 유럽 안보에 대한 발언권을 갖고자 하는 야망을 보여줬다고 국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5일 WSJ에 중러 안보와 경제 관계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면서 “세계가 이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드 총리는 1950년대 후반 소련과 중국이 갈라진 이후 중국이 유럽 안보에 대해 러시아를 지지하는 결정적인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관리인 다니엘 러셀은 “중러 협력의 폭과 깊이가 커지는 것은 이념이 아닌 순전한 실용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의 이익과 권위주의 체제를 서방의 압력으로부터 더 잘 방어하기 위한 공동의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 은행과 국영기업,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수입품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역·투자·금융을 확대해 그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를 확대하고 위협을 줄일 수 있도록 격려했어야 했다”며 “그것이 바로 세계가 책임감 있는 힘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국의 공동성명은 운송을 위한 북극해 항로와 국제 기술 표준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극해는 미국이 중국의 야심을 경계해 온 지역이다. 다른 경제협력 분야로는 핵에너지가 있는데 북극항로를 관리‧개발하고 있는 로사톰(러시아원자력공사)이 작년 중국에 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양국의 대표 항공사인 중국 코맥과 러시아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UAC)도 에어버스와 보잉에 도전하기 위해 여객기에 협력하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이 만나며 1175억 달러로 추정되는 새로운 석유 및 가스 거래를 공개했다. 이미 2019년 양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550억 달러 규모의 시베리아 전력 파이프라인을 개통했다. 모스크바는 몽골을 통해 가스를 수송할 두 번째 파이프라인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에 있어서도 양국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여름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합동 지휘소가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할 의사가 있다고 국방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WSJ는 중국 외교관과 다른 관리들이 미국 학자들과 기업 임원들과의 사적인 만남에서 더 이상 양국이 예전처럼 가장 중요한 관계이며, 중국의 핵심 관계 중 하나라고 묘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우정은 한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 은행과 금융 부문에 대한 제재와 반도체 수출 통제를 결정한다면 중국이 어디까지 러시아를 지원할 것인지,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디미트리 시몬스 소장은 “그들은 일반적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높이 평가하지만 구체적인 지원을 약속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관련해 한 약속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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