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오른쪽),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왼쪽)가 러시아 아나파 발리그라드 비치 스포츠센터를 방문했다. (출처: 뉴시스)
2019년 8월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오른쪽),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왼쪽)가 러시아 아나파 발리그라드 비치 스포츠센터를 방문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통적인 가치와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둔 러시아 최고 안보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관련 다음 단계를 고려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누구의 말을 가장 많이 듣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는 대중 앞에 매일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작년 12월 이후부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NYT는 러시아 정부에서 정보기관, 군,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고위 관료인 ‘실로비키’가 2000년대 초반 서방세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던 푸틴 대통령을 유럽에서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는 인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로 1950년대 소련에서 태어나고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이뤄진 푸틴 정권 이너서클 인사들인 ‘실로비키’는 오히려 푸틴 대통령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서방 정부들에 암살, 사이버 스파이 활동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실로비키는 서방은 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위협으로, 러시아는 전통적 가치로 점점 더 의존하게 하는 이데올로기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NYT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집중 조명했다.

NYT는 이들이 역사를 둘러싼 싸움을 특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서방 정부를 ‘진정한 독재 정권’이라고 표현하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비하하는 등 극단적인 언행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이들의 영향력은 보안 문제를 훨씬 넘어섰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러시아 배구 연맹의 수장이며 그의 아들은 농무부 장관이다. 나리시킨 국장은 러시아 역사학회를 감독하며 러시아의 과거를 미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지리학회장으로서 푸틴 대통령의 야외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고 정기적으로 시베리아 숲으로 휴가를 보낸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이들 매파들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채택할지다. 모스크바의 일부 분석가들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기술관료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같은 보다 냉정한 인사들의 투입과 파트루셰프 서기와 같은 측근들의 주장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커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규군과 예비군은 물론 평생 총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시민들까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29~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훈련을 받았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커지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규군과 예비군은 물론 평생 총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시민들까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29~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훈련을 받았다. (출처: 뉴시스)

그러나 NYT는 러시아 정부가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을 시도하고 메모리얼 인권센터를 폐쇄한 점을 언급하며 많은 징후들은 ‘실로비키’와 같은 급진파가 지배력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유주의적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을 포함한 다양한 관리들의 조언을 구하곤 했으나 이들은 이제 대부분 정부 밖으로 밀려났고 미슈스틴 총리와 같은 기술 관련은 직접적인 책임 범위를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집결함에 따라 안보 당국자들의 이념 중 또 다른 요소인 소련의 과거에 대한 미화도 최근 강조되고 있다.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의 선임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NTY에 “이는 제국주의와 더불어 러시아 민족주의의 가장 어두운 흐름 중 하나”라며 “러시아 안보 엘리트들의 목표는 ‘제국의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서방과의 긴장 고조는 지배 엘리트층 내에서 실로비키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좋은 일이라고 봤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급변하는 대립과 제재는 실로비키를 두렵게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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