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천지일보DB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천지일보DB

31일 李-尹 양자 토론 취소

늦으면 2월 3일 진행 가능성

17대 대선서도 비슷한 상황

법원 “재량에 한계 둘 필요”

민주, 정의 등은 제안 수락

국힘 “여야 협상 나서겠다”

오는 28일 실무 협상 진행

방송사 협의 거쳐 최종 결정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법원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이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설 전 양자 TV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안 후보를 포함해 최대 4인까지 ‘다자 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07년 판례로 가처분 신청 인용

26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26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방송사가 안 후보를 제외한 채 방송 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결국 설 연휴인 오는 30일 또는 31일께 실시될 예정이었던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양자 토론은 사실상 불발된 셈이다.

재판부는 우선 공직선거법상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의 경우 방송 시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개최·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초청 대상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토론의) 횟수‧형식‧내용 구성뿐 아니라 대상자의 선정에도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방송 토론회가 선거운동에 미치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라며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에도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과 운동하는 국민들에 국민건강보험료를 환급하는 내용을 담은 스포츠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과 운동하는 국민들에 국민건강보험료를 환급하는 내용을 담은 스포츠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5

재판부는 ▲방송토론회가 유권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TV 방송을 통해 이뤄지는 점 ▲후보자가 본인의 자질과 정치적 능력을 드러내 다른 후보자와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도 중요한 선거운동인 점 ▲유권자가 토론 과정을 보며 정책, 정치이념, 중요한 선거 쟁점 등을 파악한 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점 등을 사유로 들었다.

또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과 후보자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인지 여부, 토론회의 개최 시점 및 토론회의 영향력 내지 파급효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토론회 대상자를 선정하는 언론기관의 재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에 비춰 “이번 양자 토론회가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방송국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봐야 한다”며 안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KBS와 MBC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라는 독자적 기준 아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만을 초청해 두 차례의 TV토론을 열 계획이었다.

이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 후보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피선거권 및 대통령 후보로서의 공정한 방송토론권을 침해해 위법·부당하다”고 주장,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문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여 KBS와 MBC의 TV토론을 금지했다.

서울남부지법은 “KBS와 MBC가 TV토론 초청대상자를 최근 여론조사 결과 평균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로만 한정한 것은 제한된 전파자원 및 토론의 효율성 측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려워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2.1.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2.1.26

◆4자 토론 협상 들어가는 정치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4자 TV토론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4자 TV토론을 위한 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4자든 5자든 법률이 정하는, 상식과 합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 공평한 기회 주는 방식의 다자 토론을 하면 좋겠다”며 “윤석열 후보는 양자 토론을 하면 본인이 반격당하거나 주장할 시간이 많이 확보되겠지만 4자 토론이면 반으로 줄지 않겠나.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구정 전에 국민들께서 다 함께 보실 수 있는 시간대에 양자토론을 하기를 기대했는데 많이 아쉽다”라면서도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무팀에서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역시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남부지법은 “방송사들이 심 후보 등을 제외한 채 두 후보만으로 방송 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당의 전파 독점, 방송의 독립성 훼손, 민주주의 파괴,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 양자 TV토론은 방송이 불가하다는 재판부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을 존중한다”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 결과도 곧 인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1.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1.17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의 입장을 전했다. 안 후보는 “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사회적 공기인 방송을 기득권 양당이 야합하여 독점함으로써 선거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적 담합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심판이 법원을 통해서 내려졌다”고 밝혔다.

지상파 3사는 이날 대선 후보 ‘4자 토론’을 설 명절 전날 또는 설 연휴 직후 가질 것을 여야 4당에 제안했다. 방송사들은 법원의 양자토론 방송금지 결정에 따라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측에 4자 토론을 다시 제안했다.

방송일은 오는 31일 또는 2월 3일이며 각각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20분간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지상파 3사를 통해 생중계되며 진행자는 미정이다. 방송3사는 각 당에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출연 여부와 대체 가능한 날짜를 선택해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토론회 실무 협상을 위한 룰 미팅은 오는 28일로 제안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찬성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도 다자토론도 관계가 없으며 여야 협상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실무 협상과 방송사 협의에 따라 이르면 설 연휴 기간인 31일 4자 토론이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대선 필승 전국결의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2.1.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대선 필승 전국결의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당 선대위) ⓒ천지일보 202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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