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도 있다. 이는 말의 중요성을 담은 속담이자 생활 속 진리다. 글도 마찬가지다. 단어 하나, 말투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된 언어 습관은 오해와 편견을 낳기 쉽다. 그렇기에 특별히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이 온 국민들이 즐겨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어 재미를 더하거나 감동을 증폭시키는 경우 단어 선택에 있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며칠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일제강점기를 일제시대로 표기, 자막을 내보내 많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일제시대라는 용어는 일제가 무력으로 우리 민족을 탄압하고 지배했을 당시, 즉 일본에 의해 강제로 점령당한 시기를 우리 스스로가 한 시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용어상의 의미 때문에 ‘일제강점기’로 사용한 지도 꽤 오래됐다. 혹자는 일제강점기와 일제시대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일제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한 시기는 물론 부정할 수 없는 뼈아픈 질곡의 역사다.

분명 우리네 역사의 한 부분이기는 하나 이를 만약 일제시대로 부르면 그것은 앞서 설명했듯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나 ‘일제강점기’라고 할 때는 일본이 무력과 강압으로 다른 나라의 역사를 짓밟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된다. 다시 말해 일제강점기라는 표현은 대내외적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임과 동시에 아직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잔재를 당연히 청산해야 할 것으로 만드는 당위성 또한 내포되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 외에도 공중파 방송에서 잘못된 표현을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것이 역사와 영토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 대립할 경우라면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방송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올바른 표현을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온 국민이 역사의식이 담긴 올바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먼저는 방송과 언론이 앞장서서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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