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을 강제로 고꾸라지게 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해당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2.1.24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을 강제로 고꾸라지게 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해당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2.1.24

 

CG 등 충분히 대체 가능한 일

드라마․영화 속 동물학대에 경종

폐지 청원에 제작진 고발까지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을 강제로 고꾸라지게 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드라마 폐지청원이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주연배우의 하차 요구 및 동물보호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KBS는 일단 2주 결방과 문제의 장면이 담긴 해당 회차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태종 이방원’ 7회 방송분에서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말의 몸체가 90도로 들리며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데, 이러한 장면은 고의로 말을 넘어뜨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장면이라며 학대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가 성명서를 내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졌고, 이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시 촬영 장면이 공개되면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네티즌들과 시청자들이 ‘태종 이방원’ 제작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말의 부상 및 생사 여부를 궁금해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는 지난 20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논란이 불거진 촬영 장면에 대한 해명과 사과의 뜻을 함께 전했다.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출처: 태종 이방원 포스터) ⓒ천지일보 2022.1.24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출처: 태종 이방원 포스터) ⓒ천지일보 2022.1.24

KBS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사고는 지난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며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으로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행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며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BS는 이와 관련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면서 거듭 사과를 표명했으나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하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동물학대 살상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KBS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1.24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동물학대 살상 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KBS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1.24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지난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만들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또한 동물보호연합은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고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금기됐다”며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CG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장면들임에도 촬영 중 말이 다치게 되는 게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촬영에서 문제되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동물보호연합에 의하면 미국은 1939년 서부 영화 ‘제시 제임스’에서 말이 주인공을 따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약 20m 높이에서 강제로 떨어진 말이 큰 충격으로 물에 빠져 익사한 것과 에롤 플린 주연의 영화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경기병대의 돌격, 1936)’에서 총과 화살을 맞아 고꾸라지는 말을 연출하기 위해 트립 와이어를 사용해서 약 25마리의 말이 죽은 것을 필두로 미국의 대표 동물보호단체인 미국인도주의협회의 모니터링이 시작됐다.

한편 ‘태조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드라마로 지난해 12월 11일 첫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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