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슬픈 사연이 전해지는 영광백수해안공원 ‘모자(母子)바위가 마치 사람이 조각한 것처럼 신기한 형상으로 바다를 향해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슬픈 사연이 전해지는 영광백수해안공원 ‘모자(母子)바위가 마치 사람이 조각한 것처럼 신기한 형상으로 바다를 향해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지역명소 영광백수해안공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
해안공원 데크길 따라 산책 조성
거북바위·모자바위 등 자연 신비

해변 일몰 낭만 가득 ‘매력’ 선사
강한 ‘갯바람’도 깨끗 힐링 요소
영광굴비, 모싯잎 송편 지역 명물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겨울 바닷바람은 유난히 매섭지만, 낭만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의 마음마저 꽁꽁 얼어버리지는 못하는 듯하다.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을 뚫고 절경을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은 그야말로 ‘이김’의 연속이다.

본지 기자는 지난 16일 주말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를 향했다. 강한 바람에 맞서 너울 파도를 바라보고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는 여행객을 따라 영광의 명품 절경을 찾았다.

매서운 추위와 상관없이 이곳을 찾은 여행객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사라진 듯 그들의 표정은 빛과도 같았다.

◆기암괴석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

이곳에는 이상한 바위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기자도 ‘백수해안공원’ 쪽으로 향했다. 해안도로에는 촛대바위, 거북바위, 모자바위가 있었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세찬 바람이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잠시 주변을 살피는데 전문 사진작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해상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북바위를 촬영 중이었다.

딱 한눈에 봐도 거북 모양이었다. 그 모양이 오묘했다. 오른쪽 해안공원 ‘데크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가자 ‘모자(母子)바위’ 역시, 마치 사람이 조각한 것처럼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어부가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부인이 아이를 등에 업고 촛대를 들고 나가 바닷가에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돌이 됐다. 바다에서 익사한 남편은 거북이가 돼 촛불을 보고 바닷가로 돌아와 돌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전남, 영광백수해안도로 주변 공원에서 바라본 ‘거북바위’가 자연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전남, 영광백수해안도로 주변 공원에서 바라본 ‘거북바위’가 자연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또 다른 야사에는 ‘거북바위’는 옛날, 천년 묵은 거북이 한 마리가 등 위에 흙을 얹고 간지동 해안으로 올라와 알을 낳기 위해 모래밭 위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이 마을의 가난한 농부가 상을 당했는데 묫(墓)자리로 쓸 곳이 없어 흙이 볼록한 지형을 택해 묘를 만든 것이다.거북이 등에다 묘를 만든 농부는 삼우제를 지내고 성묘하러 그 자리를 찾았다. 묘는 큰 바위로 변해 있었고, 부근에서 붉은 피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후부터 그곳을 ‘거북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모자바위’의 다른 얘기도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옛날 대동마을에 살던 한 어부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왜구들에게 잡혔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던 어머니와 아들은 어부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끝내 어부가 돌아오지 않자 모자는 지친 나머지 죽어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서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국내 유일의 노을전시관을 비롯해 해수온천랜드, 다양한 펜션과 음식점 등 관광객의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영광의 명소 제1경, 백수해안도로뿐 아니라 4대 종교 문화유적지인 원불교영산성지, 기독교인순교지, 천주교순교지가 제2경으로 꼽힌다. 이외 불갑사, 칠산타워, 가마미해수욕장, 불갑사 저수지수변공원, 숲쟁이공원, 송이도, 천일염전, 두우리해수욕장(백바위해수욕장)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아 코로나19 사태에도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원불교 영산성지를 지나 시원하게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16.8㎞의 백수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9번째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해안 드라이브코스’로 알려졌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응암바위와 해당화꽃 30리길 등이 있다. 칠산도도 감상할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드넓은 해변 등 동해안에 버금가는 해변 풍광과 해질녘 펼쳐지는 낙조의 운치까지 갖춰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명소라고 할 수 있다. 건강 365계단에서 노을전시관에 이르는 약 2.3㎞의 목재 테크 산책로가 조성된 ‘해안 노을길’을 걸으면서 해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노을 길은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영광백수해안도로 노을 전시관 앞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영광백수해안도로 노을 전시관 앞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영광굴비

영광굴비는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법성포의 제일가는 특산품이다.

산란을 위해 동지나 해역에서부터 추자도와 흑산도 해역을 거쳐 서해안으로 회유하는 참조기를 잡아 영광 천일염으로 염장하고 해풍으로 건조 가공한 것을 영광굴비라 한다. 음력 3월 중순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잡은 참조기는 가장 알이 충실하고 황금빛 윤기를 띈다. 염장과 건조를 통해 굴비의 맛은 더해지고, 자연적으로 나오는 생선 기름은 굴비를 황금빛으로 만든다.

영광굴비는 풍부한 단백질, 비타민A,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에너지를 북돋아 주고 피로감을 덜어준다. 또 대표적 흰살생선으로 열량이 낮아 건강관리에도 좋다. 영광굴비의 유래는 지난 1126년 고려 시대에 영광으로 유배됐던 이자겸이 ‘법성포굴비’를 맛본 뒤 맛이 뛰어나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리면서 자기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굴비라 명명했다. 이때부터 영광굴비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되고 명물로 등장해 주목받게 됐다.

영광굴비는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법성포의 제일가는 특산품이다. 사진은 맛있게 구워진 영광굴비.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영광 법성포의 특산품 굴비구이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전통 웰빙 간식 모싯잎 송편

영광모싯잎송편은 서해안 깨끗한 갯바람으로 재배한 영광 모싯잎과 쌀로 반죽해 고물로 동부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에 찰진 식감이 매력이다.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광지역에서는 예부터 고된 농사일을 한 후 이웃과 서로의 노고를 위로해 주기 위해 일반 송편보다 2~3배 큰 모싯잎 송편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고 전해진다.

군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정 지리적표시 등록 제104호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품질과 명성 및 역사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광지역 명물, 웰빙 먹거리 모싯잎 송편.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영광지역 명물, 웰빙 먹거리 모싯잎 송편.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백수해안도로 ‘노을종’ 이야기

노을이 돼 어머니 곁을 맴도는 아들의 효심을 담은 ‘노을종’도 있다.

백수해안도로 노을전시관에 있는 노을종은 한 번 치고 맥놀이를 들으면 웃을 일이 생기고, 두 번 치고 맥놀이를 만지면 사랑의 감정이 찾아들고, 세 번 치고 맥놀이를 느끼면 행복할 일이 생긴다고 한다. 맥놀이는 몸으로 종의 진동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구전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도음소도에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소금을 팔아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다. 매일 무거운 소금가마를 지고 나가 팔다가 노을이 내릴 무렵에야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도 아픈 어머니 앞에서는 힘든 내색 한 번을 하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안쓰럽고 걱정돼 매일 아들이 오가는 길목에 서서 아들을 기다렸다. 그때마다 아들은 노을을 등에 지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왔다. 비바람이 심한 어느 날 아들은 어머니의 만류에도 소금가마를 지고 길을 나섰다.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일몰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일몰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그러나 굵은 빗줄기에 소금은 모두 녹아버리고, 팔 것이 없어진 아들은 다른 방편으로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느라 며칠을 더 바깥에서 머물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알 길 없는 어머니는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급기야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바위에 걸려 넘어지고, 어머니는 넘어진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다.

며칠 후 아들은 약을 가득 담은 노란 함지박을 지게에 싣고 돌아오다 길가에서 돌이 돼버린 어머니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뛰어갔다. 노란 함지박은 이미 뒷전이었다. “어머니, 제가 왔어요.” 아들은 몇 날 며칠을 어머니 곁에서 구슬프게 울다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후 사람들은 해질녘이면 아들이 붉은 노을을 등에 지고 어머니 곁으로 온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걸려 넘어진 바위를 궁굴바위, 어머니 바위를 ‘할미여’, 노란 함지박이 떨어진 자리에 있는 바위를 ‘노랑여’라고 불렀다.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수 천년동안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갯바위에 파도가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천지일보 영광=이미애 기자] 수 천년동안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갯바위에 파도가 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

 ◆차박해도 좋은 곳, 낙조도 일품

‘차박’ 명소로 알려진 ‘백바위해수욕장’(두우리 해수욕장)도 탐방객의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캠핑족이 몰려든다. 썰물이 되면 광활한 바다 밑 천혜의 갯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때 모래와 갯벌이 섞인 작은 구멍을 들락거리는 꼬물꼬물 ‘게’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재밌다. ‘두우리갯벌’은 전북 곰소만, 신안 지도읍, 해남 화원반도와 더불어 넓은 갯벌 지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특히 자동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는 갯벌로 유명하다. 일반 갯벌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 시속 70㎞까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두우리갯벌 근처에는 백바위해수욕장이 있다. 매년 갯벌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호젓한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노송 사이로 보이는 해변과 낙조의 풍경 또한 한 폭의 그림 같다.

영광군 두우리갯벌 ‘백바위해수욕장’ 일몰 풍경.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영광군 두우리갯벌 ‘백바위해수욕장’ 일몰 풍경.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영광이 고향이지만 광주 남구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한 남성은 “가끔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자주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감흥이 새롭다”며 “본래의 자연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해 언급했다. 함께한 친구도 “주변을 살펴보니 옛날보다 개발이 많이 됐다”며 “자연을 훼손하면 결국 사람이 그 감당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의미 있는 한마디를 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일몰의 낭만과 각양각색의 전설이 전해지는 기암괴석을 보며 한 해 소망을 기원해 보길 추천해 본다.

줄줄이 엮어 해풍에 말리는 영광굴비.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줄줄이 엮어 해풍에 말리는 영광굴비. (제공: 영광군청) ⓒ천지일보 20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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