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박물관 전경. ⓒ천지일보 2022.1.16
성호박물관 전경. ⓒ천지일보 2022.1.16

유형원의 학풍 이어받아
천문·지리·의학 업적 남겨
실용성과 실천·소통 강조
고 이돈형 선생 유물기증

[천지일보 안산=김정자 기자] “만백성이 모두 다 나의 백성이요. 저 오랑캐들도 모두 나의 오랑캐다. 금수와 초목도 모두 나의 금수요 나의 초목인 것이다. 비록 저들과 내가 서로 모습은 다르다 할지라도 저 모두를 휩싸 안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한없는 것이 내 몸 대하는 것과 같다.”

성호 이익 선생의 성호사설 ‘만물비아’ 중 일부다.

성호 이익(李瀷)은 1681년~1763년 영조 때의 학자로 자는 자신(子新), 호는 성호(星湖)다. 이익은 유형원(1622~1672)의 학풍을 이어받아 실학의 대가가 됐으며, 특히 천문·지리·의학·율산·경사에 업적을 남겼다. 저서에는 ‘성호사설’ ‘성호선생문집’ 등이 있다.

성호 이익의 가문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서예의 명문가로 불렸다. 성호 집안의 문자향은 종조부인 청선(聽蟬) 이자정으로부터 시작해 부친 매산(梅山) 이하진, 셋째 형 옥동(玉洞) 이서로 이어졌다. 글씨와 문장에 뛰어났던 소릉(少陵) 이상의는 여주이씨 성호 가문 후손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았다.

당시 그는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으면서 안산군 첨성리(지금의 안산시 일동)에 살아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체험했고, 애민 정신을 바탕으로 실학 연구에 몰두했다.

이익은 학문의 뿌리를 경학에 뒀지만, 당시의 사회현실에 비춰 봤을 때 더 필요한 것은 경세치용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학문은 탈주자학적인 수기치인의 학문으로 당시 조선의 사회현실에 입각한 개혁 사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2.1.16
성호 이익 영정. (제공: 성호박물관) ⓒ천지일보 2022.1.16

◆조선 후기 한국지성사 정수

오늘날 실학의 대종으로 추앙받고 있는 성호 이익은 안산이 낳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다. 그는 이교배척, 폐전론, 억말책, 남녀관 등에서 일정한 시대적 한계를 보이기도 했지만, 사민평등의 인간관·신분관·직업관에서 근대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런 성호의 학문과 사상은 후대 정약용 등을 비롯한 실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성리학을 넘어 새로운 사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사상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성호학이었다. 성호학은 조선 후기의 한국지성사의 정수로 손꼽혔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성호학은 실용성과 실천을 강조했으며 소통을 지향했다. 따뜻한 인간애와 우주 만물을 내 몸과 같이 아끼는 만물애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성호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지일보 2022.1.16
박물관에 전시된 성호사설. ⓒ천지일보 2022.1.16

◆학문적 업적 기리는 성호박물관

성호 이익 선생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학문적 업적 등을 보여주는 곳이 성호박물관이다. 성호박물관은 그들의 업적 등 역사적 자료를 수집, 보관, 전시해 선인들의 정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이에 관해 조사·연구·홍보함으로써 안산시민의 사회교육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자 건립됐다.

이곳은 안산시 소속으로 성호공원 내에 있다. 안산시가 건립을 추진해 2002년 5월 건립했다. 박물관은 총 9246㎡의 부지에 1480㎡ 규모의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주요 소장유물로는 성호 선생 친필 시고 및 간찰, 성호사설, 성호선생문집, 성호선생전집 등 선생의 주요저서와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성리학자들의 문집에서부터 지봉유설, 반계수록, 여유당전서, 열하일기 등 대표적인 관계 저서들까지 두루 갖췄다.

이는 성호 이익 선생이 살아생전 안산에서 후학들을 위해 많은 강학을 펼쳤던 것처럼 오늘날 다시금 실학을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성호박물관이 실학 정신을 계승하는 구심점이 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다양한 자료를 구비하기까지는 안산시의 노력도 있었지만, 성호 이익 선생의 후손인 고(故) 이돈형 선생의 유물기증과 기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성호 이익과 그의 저술, 안산의 역사 등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운영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과 명절에는 휴관한다. 단체 관람객의 경우 예약제를 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이익 선생 묘, 안산식물원, 단원조각공원, 노적봉 인공폭포 등 관람 후에도 인근에서 성호 이익 선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강민우 성호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익 선생은 조선 시대 새로운 학문적 경향을 일으키신 분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알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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