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나는 2년 전 요셉보이스와 조영남의 2인전에서 보이스를 처음 접한 이후 며칠 전 8월의 마지막 여름에 광주에서 보이스를 두 번째 만나게 됐다. ‘예술은 삶이고 삶은 예술’이라고 하는 그는 세속적인 것에서 장엄함을 발견하고자 하는 나와 같이 통섭주의자다. 스트라빈스키가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창조자는 미물을 보고 스스로 감동하며 그 감동을 남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기성 제도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한 그는 멀티플 복제를 통해 메시지 전달 방법의 적극적인 확장을 꾀했다. 예로, 자신의 드로잉을 판화로 재현함으로써 에디션의 무한 생산을 실천했다. 그는 하찮아 보이는 낙서들도 모두 선보였다. 중요한 것은 레인하르트 슐레겔이라는 개인 소장자가 집요하게 그의 멀티플 및 포스터 등 작품을 모아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는 것이다. 누구나 예술을 하지만 밖으로 알려지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외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 소통은 작가 자신이 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위 매니저가 필요한 홍보시대다. 마광수 교수의 전시에도 현장을 항상 비디오로 기록하는 마광수 마니아가 있다. 훗날, 그 비디오들은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예술가를 취재하고 기록을 남기는 일 자체가 예술이라는 생각을 해본 다.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내 안에서 그것이 자라나게 하라는 말이 있다.

조지아 오키프의 큰 꽃그림은 그녀가 스스로 꽃을 크게 보고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크게 그렸기에 많은 이들이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사진분리파 및 전위적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던 뉴욕 5번가의 ‘291갤러리’ 주인이며 사진작가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에 의해 세상에 소개되며 유명해졌다. 레인하르트 슐레겔이 보이스의 작품을 집요하게 모은 것처럼 스티글리츠는 예술가인 아내 조지아 오키프와 그녀의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엄숙하고 섬뜩하며 수수께끼 같은, 젊지도 늙지도 않았지만 신비스러운 아름다움과 이상하고 음침하며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자의 이미지’를 지닌 오키프의 누드와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사진은 사진 고유의 표현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은 예술이 아닌 단지 과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graphy)와 사진분리파 운동을 주장하며 당대 사진계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초상사진과 같이 실용적인 목적으로서 기록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광학적 속성을 충분히 사용하여 대상의 사실적인 재현, 세부묘사를 이루는 것인데 스티글리츠는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graphy)를 주창하여 ‘기록사진’과 합성사진, 이중노출, 일상생활에서의 감상적 관점, 경직된 포즈의 사진관 사진 등의 작위적 사진이 주류를 이룬 ‘예술사진’을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즉, 당시 예술로 인정되던 회화적 수법을 부정하고 사진만의 광학적 속성과 기계적 기록성을 최대한 사용해 있는 그대로의 순수성을 찾고자 한 그는 평범한 일상생활 가운데서 사진의 소재를 찾았고 인공적으로 조작하지 않고도 창작이 가능함을 증명하였다.

“예술의 목표는 자신의 생생한 표현(vital expression)이었다”고 한 그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사진에서의 예술표현은 미적 추구가 아니라 진실,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고 하는데 우리도 가까이할 수 있는 사진 작업을 통하여 예술가가 되어 보면 어떨까?

그를 위하여 1880년대에 자연주의 사진 운동을 최초로 펼친 피터 헨리 에머슨(Peter Henry Emerson)과 그의 영향을 받은 스티글리츠와 요셉 보이스를 연구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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