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사회·정치권서 비판 쇄도…경찰도 수사 착수

이탈리아 극우 인사의 장례식에 나치 깃발이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사회에 충격을 안긴 이 일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로마 외곽의 한 성당에서 벌어졌다.

나치기로 덮인 망자의 관이 성당 안뜰에 놓였고 관을 둘러싼 추모객들은 일제히 오른손을 들어 파시스트식 경례를 했다.

망인은 '네오파시즘'을 추종하는 이탈리아 극우 정치단체 '포르차 누오바'(FN·새로운 전진) 회원으로 지병 수술 후 합병증으로 지난 7일 44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창립된 FN은 이민·난민 유입 원천 차단 등 국수주의적 정책을 내세워 정치 세력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는 그린 패스 제도를 비롯한 정부의 규제 조처에 반대하는 불법·폭력 시위를 선동했다는 의심을 산다.

실제 작년 10월에는 거리 시위에서 폭력 사주·선동 혐의로 지도부급 인사가 체포되기도 했다.

FN 중심의 시위대는 당시 진압 경찰을 폭행하고 전국노조 본부 건물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폭동에 버금가는 행위로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번 일에 대해 현지 유대인 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일단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을 토대로 장례식 참석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통치 아래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경험한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즘을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형법으로 금하고 있다.

사건의 무대가 된 성당이 속한 로마 교구도 성명을 내 용인하기 어려운 모욕적인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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