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을 가리켜 ‘명품(名品)’이라고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복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탈리아 명품 ‘구찌’ 가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구찌’는 패션디자이너 구찌오 구찌가 설립한 브랜드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이탈리아에서 내로라하는 가문 중의 하나였으며 가족 경영 중심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구찌오 구찌의 손자 마우리치오를 끝으로 현재는 구찌 가문의 일원 중 한 명도 기업에서 일하는 이가 없다.

12일 개봉한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러한 구찌 가문의 몰락 과정을 담고 있다. 마우리치오 구찌는 한 파티에서 만난 파트리치아와 열렬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마우리치오는 이름난 명품 ‘구찌’ 집안의 일원이었고 파트리치아는 영세한 트럭 운송회사를 이끄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경리 일을 하고 있었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포는 마우리치오에게 파트리치아를 소개받지만 “연애는 되지만 결혼은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치아는 이미 깊은 사랑에 빠졌고 가업에 관심 없던 마우리치오는 집에서 나와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파트리치아와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파트리치아는 욕망을 드러낸다. 마우리치오의 삼촌 알도를 통해 구찌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우유부단한 남편 마우리치오를 경영에 참여시킨다.

시아버지인 로돌포가 사망하자 본격적으로 야심을 드러낸 파트리치아는 알도와 그의 아들 파올로 사이를 이간질시켜 경영에서 끌어내린다. 그러면서 경영권을 차지한 마우리치오를 통해 파트리치아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지만 마우리치오는 점점 변해가는 그녀에게 지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기나긴 경영권 분쟁에 ‘구찌’는 내리막길을 걷고 마우리치오는 파트리치아를 벗어나 다른 여자에게로 눈을 돌린다. 그럴수록 파트리치아는 의부증을 드러내며 마우리치오와 구찌에 집착하고 끝내 마우리치오를 없애버리기로 마음 먹는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스틸컷(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레이디 가가와 아담 드라이버, 제레미 아이언스, 자레드 레토, 알 파치노, 셀마 헤이엑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게다가 거장으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는 속도감이 빠르지 않다. 사실 스릴러다운 장면은 몇 컷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소름 돋는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파트리치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는 이번 역할을 위해 6개월 동안 북부 이탈리아의 억양을 배웠고 그녀의 정보를 계속 조사하고 수집했다. 게다가 몸무게도 늘리면서 완벽한 파트리치아의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레이디 가가는 뉴욕영화비평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제79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영화 속 화려한 의상들이다. 화려한 구찌 의상들은 파트리치아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했던 잔티 예이츠가 의상을 담당했으며 잔티 예이츠와 제작진은 파트리치아 캐릭터를 위해 무려 70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실제로 파트리치아는 경찰에 잡혀가는 가운데서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간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영화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화려한 의상, 스타일리시한 카메라 구도 등으로 시선을 끌지만 스토리 호흡은 다소 길다. 만약 구찌에 관심이 없는 이가 본다면 지루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3대를 이어온 가업이 인간의 욕망 가운데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삼키기 마련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