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예방접종 모습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2.1.9
말 예방접종 모습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2.1.9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바꿔버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백신 접종이고 이에 따라 전 세계는 자국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고병원성 AI, 일본 뇌염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 또한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해 그 기반이 취약한 국내 말산업의 경우 말 전염병 유행 시 2.6만여두에 달하는 말과 말산업 관계자에게 코로나19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고객 입장이 불가능하면서 경마 및 관련 말산업에 이미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강한 전염병까지 유행하게 된다면 추가적인 경마중단으로 말산업에 회복하기 힘든 경제적 피해가 더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말 전염병 중 ‘말인플루엔자’는 말을 고열, 콧물, 림프절 부종, 기침에 지속적으로시달리게 만드는데, 무엇보다 폭발적인 전파력으로 큰 피해를 준다. 감염마로부터 약 45미터 근방에 있는 말까지 전염되는 등 단시간 내 다수 말들까지 감염시켜 말의 이동과 유통에 제한을 가져와 한 지역이나 국가의 경마, 승마 등 말산업을 전면 중단 시킬 수 있다.

‘선역’은 감염 시 고열, 식욕저하,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드물게 호흡기외 다른 전신장기로 퍼지는 경우 말이 폐사하기도 한다. ‘일본뇌염’은 사람은 물론 말에도 중요한 질병으로 감염 시에는 고열, 섭식장애, 황달, 점막출혈, 운동부조 등의 신경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 2019년 2월 영국에서는 말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모든 경마 개최가 1주간 중단돼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해 말 전염병의 위험성이 부각된 바 있다. 따라서 말에 대해서도 전염병 예방은 필수적이며, 국내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는 말 전염병 전파요소를 차단하고 체계적 말 방역 관리를 위해 ‘전국 말 방역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자체예산 및 농림축산식품부 지원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를 통해 총 21억 원의 사업비를 마련해 전국에 말 방역수의사를 지정해 운영하며 1만 9601두의 말에 주요 예방백신 3종(말인플루엔자, 일본뇌염, 선역/파상풍)이 접종되도록 지원했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합동으로 전국 1306두의 말을 대상으로 주요 말 전염병 혈청검사를 진행해 국내 말 전염병 현황을 조사하고 조기 유행방지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유사산 등으로 경주마 생산농가에 큰 손해를 일으키는 법정가축전염병인 ‘말전염성자궁염’ 근절을 위해 더러브렛 번식마 2193두를 대상으로 일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 관련 정보 확산에도 노력해 말 개체별 접종내역을 모두 전산시스템에 입력해 호스피아 누리집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 생산자나 판매자, 구매자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도록 했다. 최근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알기 쉬운 예방백신 안내문’ 등을 배포해 관련 지식 확충에도 힘썼다.

한국마사회의 이러한 예방 조치 성과로 금년도 주요 말전염병은 미발생했으며, 이를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해 말전염병 발생 없는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마사회 방역 담당자는 “마사회는 코로나19로 말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도 정부기관 합동으로 백신 접종과 전염병 검사 등 예방활동을 통해 산업기반 보호와 전염병 확산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공공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 예방접종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2.1.9
말 예방접종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 2022.1.9

한편 한국마사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2년 가까이 입장이 제한됐는데, 온라인 마권발급이 안된 탓에 말산업에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전까지 전국 30여곳의 장외발매소 중 4곳(광주, 대구, 창원, 천안)만 운영했는데, 직접 경마장을 방문해야만 마권이 발행되다 보니 마권 발행으로 인한 수익발생은 거의 제로였다.

따라서 최근 5년간 연간 1000억~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마사회는 2020년 4381억원이라는 적자를 봤다. 2021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온라인 마권 발급에 대해서는 진작 여야가 법안에 합의했으나,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경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고, 마사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아 온라인경마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반대하면서 통과가 보류됐다. 이미 로또복권, 스포츠토토가 시행되고 있었고, 작년 8월부터는 경륜경정도 온라인 발매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사회만 유독 통과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김현수 장관이 일부 국민 눈치를 본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은 “김현수 장관이 내세우는 반대이유는 ‘국민정서’인데 국민투표도 안했으면서 마치 국민들이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소리로 들린다”면서 이는 “장관의 개인적인 정서일뿐이고, 오히려 대부분 국민들은 왜 온라인 발매를 안하는가에 의아해할 것이며, 이것이 국민정서”라고 꼬집었다.

주요 선진국뿐 아니라 경마를 운영하는 세계 여러 나라 중 온라인마권 발급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오히려 더 활기를 띠고 호황을 누렸다. 반면 한국은 온라인마권 발급이 허용되지 않은 탓에 말산업이 완전붕괴 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작년 11월부터 전 사업장의 고객입장이 허용되면서 겨우 숨통을 틔웠으나 여전히 갈길이 멀다. 말산업이 이같이 어렵게 된 이유로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 호소에도 눈치만 보며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김현수 농림부 장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7월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500여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이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마인 마권발매를 반대하는 김현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9
작년 7월 1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500여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이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열고 온마인 마권발매를 반대하는 김현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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