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눈 쌓인 뜬봉샘을 향해 걷고 있다.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6
관광객들이 눈 쌓인 뜬봉샘을 향해 걷고 있다.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6

전북 장수군 수분마을

섬진강·금강 나뉘는 수분령

금강 상류 생태 볼 수 있어

자작나무 숲에서 힐링 만끽

수분령, 고갯길 길손 휴식처

수분공소, 병인박해 교우촌

[천지일보 장수=류보영 기자] 전북 장수군 뜬봉샘은 금강이 시작되는 발원지다.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은 물이 갈라져 금강과 섬진강으로 합류하는데 이 지점을 수분령(水分嶺)이라고 한다. 철종·고종 연대에 만든 동여도를 보면 뜬봉샘 일대를 ‘금강지원(錦江之原)’이라고 표기돼있다. 이는 ‘금강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물은 생명의 시작이자 근원이다. 본지는 물이 시작되는 곳 뜬봉샘에 대해 살펴봤다.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봉황이 뜬 옹달샘 ‘뜬봉샘’

뜬봉샘은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9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790m의 고원에 있지만 어떤 가뭄에도 물길이 마르지 않는다.

이 샘에는 이성계의 건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기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했으나 아무런 계시도 받지 못하고 이곳 신무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는 마지막 날 꿈에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피어오르며 그 무지개를 타고 봉황새가 너울너울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봉황이 올라간 곳을 찾아가 보니 작은 옹달샘이 있었고 봉황(鳳)이 떴다고 한 후로 ‘뜬봉샘’이라는 이름이 전해져 내려온다.

신무산은 ‘신들이 춤을 춘다’는 뜻으로 동쪽 백두대간을 시작으로 장안산, 팔공산, 마이산, 주화산과 함께 금남호남정맥의 줄기에 있다. ‘비단처럼 아름답다’해서 이름 붙여진 금강 천리. 그 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은 진안 용담댐, 대청댐을 지나 서해로 흐르며 금남호남정맥길 등산로가 연결돼 백두대간 마실길 탐방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 생태공원 내 금강사랑물체험관 전경.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 생태공원 내 금강사랑물체험관 전경.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장수의 생태계 ‘금강사랑 물체험관’

뜬봉샘 생태공원은 장수군이 지난 2011년 문화공원으로 지정한 곳으로 금강사랑 물체험관, 물의광장, 생태연못, 미로원, 물레방아, 생태탐방로 등을 갖추고 있다. 방문자센터역할을 하는 금강사랑 물체험관은 장수군의 천연기념물 보호치료소로도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는 금강 상류에 서식하는 생태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뜬봉샘 일대의 다양한 동식물 중 멸종위기 동물이나 부상을 당해 치료가 필요한 야생동물들을 치료하고 보호하고 있다.

장수의 역사, 생태환경, 동·식물 등을 소개하고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새소리를 들으며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뜬봉샘이 보여 산책의 피로가 씻어진다.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생태공원 내 자작나무 힐링숲,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생태공원 내 자작나무 힐링숲,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자작나무가 펼쳐져 있어 온몸으로 힐링할 수도 있다. 자작나무는 북유럽에서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사우나를 할 때 온몸을 두드리는데 이렇게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고 해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수분령휴게소의 옛 모습인 수분령가든휴게소 모습.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수분령휴게소의 옛 모습인 수분령가든휴게소 모습.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물의 운명이 나누어지는 ‘수분령’

장수읍에서 남원 방향 19번 도로로 약 8㎞ 정도 가면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이 줄기를 수분재(水分峙)라고 부르며 재 옆에 있는 작은 마을을 수분마을 또는 물뿌랭이 마을이라고 부른다. 예전엔 재의 중앙에 외딴집이 한 채가 있어 비가 오면 몸채의 용마루를 경계로 남쪽으로 떨어지는 지붕 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지붕 물은 금강으로 흘렀다고 한다.

수분마을 밑에는 장수읍과 번암면 경계지점인 해발 600m의 수분령(水分嶺)이 있는데 여기에서 섬진강과 금강, 두 강줄기로 나눠진다. 해발 539m의 수분령은 예부터 주변 고장이나 한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갯길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주변은 주막이 많이 형성돼 있어 이 길목을 지나는 길손들의 애환이 서린 휴식처가 되곤 했다. 수분령 주막터는 계속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990년대 들어 헐렸다. 그리고 지난 1996년 그 자리에 가든과 주유소가 들어앉아 수분령 휴게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뜬봉샘 생태탐방로의 겨울모습.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6
뜬봉샘 생태탐방로의 겨울모습.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6

◆병인박해 천주교 교우촌 ‘수분공소’

공소는 천주교 ‘본당’보다 작은 단위의 교회로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 신자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뜬봉샘 생태공원이 있는 수분마을은 1만명에 가까운 순교자를 낸 지난 1866년 병인박해 때 피신한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한 교우촌이다. 공동우물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취락지가 형성됐으며 신앙의 중심인 장수천주교회 수분공소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됐다. 1913년에 지어져 1921년 전면 개축한 공소는 전면 6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한옥 양식으로 기둥과 벽, 마룻바닥, 제대 등이 원래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종교적 가치가 높다.

흙기와는 28㎞ 떨어진 함양에서 고개를 3번이나 넘어가며 지게로 날랐으며 목재는 4㎞ 떨어진 금천 앞산에서 옮겨왔다. 수분공소 내부에는 고해성사하던 고해소와 사제가 옷을 갈아입던 제의방까지, 성당 고유의 공간이 잘 남아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미사가 집전되는 현역 공소다. 이곳 수분공소는 성지순례를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공분공소 전경. (제공: 장수군)ⓒ천지일보 2022.1.7
공분공소 전경. (제공: 장수군)ⓒ천지일보 2022.1.7

검은호랑이의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한적하고 소박하지만,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 수분마을에서 태조 이성계의 건국을 시작한 마음을 되새겨보며 한 해를 시작해보길 추천해 본다.

관광객들이 뜬봉샘 생태로를 걷고 있다.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관광객들이 뜬봉샘 생태로를 걷고 있다. (제공: 장수군) ⓒ천지일보 2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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