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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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어느 해보다 비장한 각오로 새해를 맞는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꼽히는 대한체육회 훈련개시식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5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올해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을 갖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및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종합경기대회 등에서 우수성적 달성과 각오를 다짐했다. 이날 대표선수들 가운데 수영 황선우와 쇼트트랙 김아랑이 선수를 대표해 선전을 결의하는 선수 선서를 맡았다. 둘이 선수선서를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올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 대표선수들이 출전하는데 둘이 대표적인 메달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박태환 이후를 빛낼 샛별이다.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의 한국신기록 및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작성했고, 결승까지 올라 최종 7위를 차지했다.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7초 97의 한국신기록을 써내며 전체 6위로 준결승에 오른 황선우는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한국기록뿐 아니라 아시아기록(종전 47초65)까지 갈아치웠다. 1956년 멜버른 대회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무대를 밟아 최종 5위라는 성과를 냈다. 성과는 비단 여기서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유형 100m(46초34), 개인혼영 100m(52초13), 자유형 50m(27초72), 계영 200m(1분28초56) 등 한국신기록만 4개를 작성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경영의 박태환과 다이빙의 김수지(울산시청)뿐이다. 황선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에 이어 경영에서 여러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아랑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3천m에서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코치, 동료 욕설 및 비하행위로 논란을 빚은 2연속 금메달리스트인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 징계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비상이 걸린 대표팀에서 메달 책임을 떠맡게 됐다. 김아랑은 최민정, 이유빈과 함께 개인경기와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훈련개시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축구대표팀도 올 하반기 열릴 2022 카타르월드컵(2022년 11월 21일~12월 18일)에 출전하기 위해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획득하려 절치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육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체육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 최대 동계제전인 동계올림픽과 아시안 최고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실력을 평가받으며 단일대회로는 세계 최대인 월드컵 본선 진출과 16강 이상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체육은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종합 16위에 머물러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종합 10위 이내를 유지했던 한국체육이 밀려난 이유는 태권도, 유도 등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전부터 이들 종목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른 나라들에 밀리며 성적부진을 보였던 것이 표현화됐다.

올해도 전반적으로 한국체육은 큰 위기를 맞을 듯하다. ‘미투’를 비롯해 성과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각성와 스포츠 개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목표 지향적인 엘리트 선수들의 개인적 인식이 많이 변했다. 육상, 수영, 체조 등 기본종목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는데다 선수들의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체육 강국’의 위상이 많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체육은 시련을 맞을지 모르지만 결코 현재의 위기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노력 여부에 따라서 위기는 언제든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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