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기도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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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 
마음 둘 곳 없어  
서성이는 발걸음 서럽다 하여도

살을 에이는 찬바람
맨살로 받아내고 있는 고목나무도
머지 않아 새싹을 틔울거라고

돌아설 수 없는 
시간만을 탓할 게 아니라고
다독이는 손길로 다가오는
밤을 느끼게 하소서.

넉넉한 
풍요와 여유 속에서도
총총걸음 맺힌 땀방울로

길가 피어난 풀꽃 한송이
떨어진 낱알 하나 
아끼던 마음 있었노라고

나보다 고단한 이를 위해
손모아 기도할 수 있는 마음
곱게 간직하게 하소서.

홀로 
견디며 살아가기 힘든 
시린 계절 겨울이라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
사랑의 흔적처럼 서럽다는
달빛 속삭임에

떠나기 싫어하는 이
아름다운 설화를 지어낼 수 있도록
애써 입술로 재촉하지 않게 하소서.

씨실과 날실로 짜여진
인연의 비단자락 위에
곱게 수놓았던 꽃잎 무늬
채 갈무리 못했다 한들
사랑하지 못해 아쉬웠노라 말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
마지막 남길 수 있는 마음
이 밤 자라나게 하소서.
 

-약력-

서정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서정문학작가협회 회원
송파문인협회 회원
2011년 한울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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