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국 산시성 시안이 초강력 봉쇄 조치 속에 있는 가운데 도시가 텅 비었다. 주민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할 수 없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8일 중국 산시성 시안이 초강력 봉쇄 조치 속에 있는 가운데 도시가 텅 비었다. 주민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할 수 없다. (출처: 뉴시스)

세계 유일 ‘코로나제로’ 고수

중국 3년째 초강력 방역 정책

확산세 급증 시안 최대 봉쇄

주민들 식자재 부족에 분노

만두 사러 나온 주민 맞기도

中 백신, 오미크론에 효과 無

올림픽 앞두고 전략 시험대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만 5476명 나왔다. 인구가 더 많은 중국 중부 도시 시안의 경우 신규 확진자 수는 122명이었다. 그러나 시안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봉쇄 아래 살고 있다.

이 전염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대부분 나라들은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 제로(확진자 0명)’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큰 오해였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성격을 점점 알게 되면서 이 전략을 고수했었던 호주와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들을 포함해 나머지 국가들은 이제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제로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지난 2년간 중국의 엄격한 봉쇄는 전염병의 최악의 측면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며 압도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대유행 3년이 돼 가는 지금 현지 발병이 계속 이어지며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전략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중국 산시성 시안이 초강력 봉쇄 조치 속에 있는 가운데 한 주택가에서 배달원이 생필품을 나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31일 중국 산시성 시안이 초강력 봉쇄 조치 속에 있는 가운데 한 주택가에서 배달원이 생필품을 나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SNS에 주민 호소… 3억8천만번 조회

시안은 지난달부터 대유행의 진원지인 우한 이후 중국 최대 규모의 확산세와 씨름하고 있다. 현재까지 1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2021년 마지막 주에 발생한 확진자 수가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입장에선 비상사태다.

지난 3일 기준 시안의 1300만명 주민들은 12일간 엄격한 봉쇄 아래 있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2020년 초 1100만명을 봉쇄한 우한 이후 가장 엄격하고 규모가 크다. 시안 주민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제외하고는 도시는커녕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됐다. 한때 관광명소였던 이 도시는 인적이 드문 거리, 문 닫은 상점들, 봉쇄된 주택가, 텅 빈 공항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중국 웨이보와 같은 SNS에는 시안 정부의 무능함과 도움을 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BBC에 따르면 충분한 음식을 배달받지 못했다는 주민들이 많았으며 집단감염이 발생한 한 주택단지 주민들은 격리시설에 강제 수용되기도 했다. 만두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선 시안 주민을 방역 요원 2명이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게 주인의 위챗(중국의 메신저)을 추가하고 밤에 몰래 빠져나가는 것뿐이다. 음식 구매는 도둑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기준 웨이보에서 ‘시안에서 식료품 구매가 어렵다’는 검색어는 3억 8천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일부 지역에서 주택단지 입구로 식량이 배달되고 있지만 각 집 앞까지 식량을 배달할 자원봉사자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시안=신화/뉴시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2일 시민들이 시내 이동 검사센터를 찾아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시안=신화/뉴시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2일 시민들이 시내 이동 검사센터를 찾아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오미크론에 물백신 된 中 개발 백신

올해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전략을 성공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중국 인구의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하고 당국은 필요한 곳에 대량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주 시안에서 하루 동안에만 600만명 이상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새 변이인 오미크론은 이 전략의 최대 변수가 됐다.

최근 홍콩대 연구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주민들이 접종한 시노백·시노팜 백신은 오미크론에 감염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 다만 중증은 여전히 예방할 수 있었다. 모더나와 화이자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개발되지 않은 백신들은 오미크론에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와 연구 결과는 중국이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코로나 제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한편 유라시아그룹컨설팅은 이날 발표한 연례 세계적 위험 요소 명단에서 중국의 코로나 제로 문제를 1위로 선정했다. 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지역 감염, 봉쇄, 경제 붕괴, 국가 개입에 따른 대중의 불만이 세계 경제와 공급망 위기에 대한 파급 효과와 함께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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