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여성 촬영…시트로엥, 이집트 성희롱 논란 광고 삭제

[서울=뉴시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엥이 동의 없이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광고로 비판받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사진 : 트위터 영상 갈무리) 2022.01.03.
[서울=뉴시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엥이 동의 없이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광고로 비판받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사진 : 트위터 영상 갈무리) 2022.01.03.

차 안에서 지나가는 여성 촬영하는 이집트 유명 가수
이집트 여성단체 "소름 끼치는 일…성희롱 조장 광고"
시트로엥 "모든 광고 삭제…상처받은 지역사회에 사과"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시트로엥이 성희롱을 조장하는 광고로 이집트에서 비판을 받자 광고 영상을 지우고 사과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시트로엥은 "광고의 부정적인 해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집트에 있는 사업 파트너와 우리는 모든 시트로엥 채널에서 이 광고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광고로 상처받은 모든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3일 공개된 문제의 광고 영상을 보면 이집트 인기 가수 겸 배우인 남성 암르 디아브는 자신의 차에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해 길을 건너는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다. 이후 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으로 영상이 마무리되지만, 여성의 동의 없이 사진 촬영해 성희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집트인의 비난을 받았다.

현재 시트로엥 이집트 유튜브 채널의 해당 광고 영상은 남성이 사진 촬영하는 부분 없이 편집된 채로 게시돼 있다.

[서울=뉴시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엥이 동의 없이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광고로 비판받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사진 : 시트로엥 이집트 유튜브 갈무리) 2022.01.0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엥이 동의 없이 여성의 모습을 촬영한 광고로 비판받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사진 : 시트로엥 이집트 유튜브 갈무리) 2022.01.03. 

이집트의 페메니스트 단체은 스피크 업(Speak Up)은 "소름 끼치는 일이다"라며 "거리에서 아무런 동의 없이 여성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을 조장한다"고 했다.

한 이집트계 미국인 언론인은 SNS를 통해 "여성의 98%가 살면서 한 번쯤은 성희롱 당했다고 보고되는 나라에서 성희롱을 조장하는 광고를 만드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할 사람이 있나?"라고 전했다.

이집트의 한 작가도 "광고에서 고통스러운 것은 차에 탄 사람들이 실수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라며 "그들 중 누구도 동의 없이 거리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찍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너무 슬프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며 이집트에도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집트 의회는 지난 7월 성희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형법을 수정해 중범죄로 만들고 6개월에서 최소 2년의 징역형과 6370달러(약 754만원)~1만2740달러(1508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성희롱이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을 조사하고 기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2013년 유엔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3%가 일생 동안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7년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성평등을 촉진하는 비영리단체 프로문도(Promundo)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60% 가까이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남성의 65% 가까이가 여성을 괴롭힌 사실을 주로 인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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