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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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경쟁이 미·중 사이 승자를 결정한다. 그것도 일반적 기술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핵심적 플레이어인 인공지능(AI), 5G, 반도체, 슈퍼컴퓨터 등이다. 미국은 중국의 목을 틀어잡을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기술 굴기 만이 미국의 전방위 공세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과 시간이다.

시간은 마오쩌둥의 지구전을 모방해 대응하는 것으로 정했다. 자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의 제재 칼날이 자금으로 이동해 거의 전면적 봉쇄 수준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최근 센스타임이라는 안면인식 전문기업 자금조달을 위한 IPO가 잠정 연기됐다. 사실상 중단 됐다고 봐야 한다. 월가 자본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미국 상무가 불랙리스트 기업에 올려 제재하겠다니 감히 누가 나설 수 있다는 말인가. 예상했지만 특히 첨단분야 기술과 관련된 부문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기존에 인정된 기술이전을 넘어 신기술 개발과 시장확장을 위한 수요 자금까지 틀어막고 있다. 원천 기술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현재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향후 무궁무진하게 시장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 산업을 보자.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80% 이상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DJI라고 하는 중국 기업이다. 통신부와 전원부로 크게 나누어 기술이 혁신을 거듭해 군사용으로 전용돼 공격용 무인기도 나온다. 민간용 출근 택시까지 상용화 바로 직전이다. 원천기술이 미국에 있다. 고성능 카메라는 삼성, 핵심 반도체는 SK하이닉스 것이 들어간다. 이 기업과 상무부가 정한 특정 기술의 전수나 부품제공은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12월 18일 미국 상무부는 행동에 옮겼다.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SMIC를 포함해 60개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24개 기업에게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을 예고했다. 4차산업과 관련된 최첨단 기술기업들만 선정해 스마트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을 넘어 세계 모든 국가에게 경고하고 있다. 중국제재기업과 혹시 거래하면 너희들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 말이다. 중국이 기초과학의 잠재력을 살려 핵무기 인공위성을 만들 듯이 언젠가는 그들 말대로 추앙신(創新:원천개발)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돈줄을 완전히 끊을 것이다. 미국 자본은 말할 것도 없이 서방 자금의 중국 관계 회사 투자는 불가능하다. 자금력과 원천기술은 미중 기술 패권의 바로미터이다. 자금을 기반한 미국이 첨단기술 우위 표준을 내주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 확인한 중국의 선택은 좁아만 가고 있다. 작금 지정학적 포로가 돼 있는 한국은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원천 기술력과 자금력의 확보만이 살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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