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칼럼니스트

투표의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은 심각한 후유증에 빠질 것 같다. 결과를 놓고도 해석이 다르고 투표의 진행과정에서 갑론을박하며 당론을 확정하는 데 주저했다. 그 이유만을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투표회부가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오기와 독선으로 보는 견해가 있기 때문에 선뜻 협력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소속의 서울출신의원들의 염려와 걱정이 내년 총선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투표 결과가 한나라당의 심각한 내분을 유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염려한다. 투표결과를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신경전이 불거져 나와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일시 봉합되었던 갈등구조가 되살아 날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이번 투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이 새 나오고 친이계의 무모함에 불만을 가진 친박계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 불똥이 친박계를 대표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의 갈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그동안 끊임없이 탈당을 주장하는 세력은 한나라당의 후보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차기 대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함을 호소해 왔다. 탈당을 압박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시기가 늦었다는 사람이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쯤이 결행할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친박 편에 서서 박근혜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침묵만 하는 박근혜의 행보가 마뜩치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친박인들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실세그룹이다. 이들은 친박의원들의 접근도 막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들을 정리하라는 목소리도 요즘 들어서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친박의원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지경이니 일반인의 접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동생인 박근영 씨와의 화해를 바라는 친박인들도 많고 근영 씨의 남편인 신동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에 의해서 고소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가족인 근영 씨와의 화해를 통해서 가족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매 간의 갈등은 대권가도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환골탈태를 선언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고 친이계가 몰락하는 상황에서 박근혜의 역할은 중요한 문제다. 한나라당이 기득권층을 보호하고 감싸는 정당이라고 각인된 것을 풀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박근혜의 대권가도는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본다. 사전 정지작업이 없이 내년 4월 총선을 맞이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패배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승리의 방정식을 풀어내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없음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공천 불협화음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영남에서는 친박연합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신당을 계획하고 있고 박근영 씨의 남편인 신동욱이 창당발기인 모임을 했다고 하고 기독교 보수신당이 출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나라당의 총선가도에 큰 암초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는 이런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 들여서 총선승리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총선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민심의 동향도 챙겨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바로 세우든지 버리든지 확실한 결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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