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 선정적·자극적 화면으로 광우병 여론 호도
보수 언론, 국민여론을 반미·좌파 세력 선동 결과로 일축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여부를 놓고 한쪽에서는 촛불시위의 확산과 대통령 탄핵 등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방송사들의 여론 호도에 따른 항의집회와 규탄대회를 통해 ‘방송의 공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3차 신경절 ‘SRM’은 소 볼 살에도 섞여있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은 MBC와 KBS 등 방송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방송을 하면서 이슈가 됐다.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찾아내 지적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해온 MBC와 KBS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토하자’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다뤘다.

이들 방송사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주도 하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이후, 광우병 관련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며 쇠고기 협상이 ‘졸속’이란 비난을 받으며 엄청난 반대에 직면하게 되어 중고등학생들까지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상황을 통해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의 허술한 협상, 다시 도마에 올라
이어 “미국에서는 먹지 않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의 수입을 이번에 허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허술한 협상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된 SRM은 크게 3부위로 횡돌기와 극돌기, 정중 천골능선 그리고 3차 신경절인데, 협상에서는 이 부위를 제외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정부에서는 “횡돌기와 극돌기는 유럽연합에서도 SRM에서 뺐으니 우리만 새로울 게 없다”는 것과 3차 신경절은 수입 금지 대상인 소 머리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함께 제거될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에 대해 방송사들은 “영국의 경우 이들 부위를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먹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만 SRM에서 제외한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하면서 “3차 신경절은 머리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소 볼 살에도 섞여있어 수입될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수단체들, “심하게 과장되고 왜곡돼”
이에 대해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 등은 MBC와 KBS의 주장에 대해 “문제에 대해 심하게 과장해 왜곡했다”는 표정이다. 소에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 소가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는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의 경우 극히 일부 광우병에 걸릴 수 있으며,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리지 않고, 광우병 걸린 소의 뇌, 척추 등 변형 프리온이 들어있는 조직을 먹을 경우 일부만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극히 낮은 가능성을 일반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형 프리온의 병원성을 없앨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프리온분자생물연구실 송현주 연구사는 “소에서 뇌, 척추 등 특정 위험 물질(SRM)을 제거하면 변형 프리온도 99.99% 제거된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변형 프리온을 불가사리처럼 묘사하면서 감염의 원인을 제거했을 경우에도 해당식품이 계속 위험하다는 식의 발언은 잘못됐다”고 전했다.

‘변형 프리온은 전염성이 아주 강해 인간 광우병 환자의 혈액이 상처에 닿기만 해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100%이며 광우병에 걸리면 100% 죽는다’는 주장에 대해 송 연구사는 “인간 광우병 환자의 수혈에 의한 감염 여부는 물론 인간 광우병 환자의 혈액이 ‘닿기만 해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실험조차 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은 “특정 위험 물질을 제거하면 변형 프리온 발생 가능성이 없는데,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극도로 과장했다”고 일축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광우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신경과학센터장은 “유전자 하나로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MBC 언론보도 3가지 문제점
한편, 지난 14일 오전 문화방송(MBC)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진행한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MBC가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과 뉴스 등을 통해 “무책임한 광우병 공포를 조성하여 여론 호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중고등학생들까지 촛불집회에 몰려들고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사회분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광우병 환자임이 확증된 것도 아닌 사망자의 장례식 장면을 굳이 도입부로 방송하여 시청자의 공포감을 자극했다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소가 도축되는 것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아무 제한 없이 도축되는 것처럼 시청자에게 믿도록 방송했다 ▲의학적으로 식품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단체도 아닌 동물보호단체를 주요 취재원으로 삼았다는 것을 꼽았다.

이들은 “언론의 기능은 진실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MBC에 대해 “민감한 주제로 냉정을 가지고 다루어야 할 사안을 오히려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방송함으로써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오해와 불안을 조성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보수신문들, TV매체 일제히 비난
보수단체들과 함께 보수신문들도 MBC ‘PD수첩’이 방송된 이후 일제히 사설과 칼럼에서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당사자’로 방송을 지목하며 자극적·선정적 보도로 국민 정서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라는 사설을 통해 “TV가 의도를 갖고 여론을 몰면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TV의 괴력은 언제든 TV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일에는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MBC PD수첩이 광화문 네거리에 휘발유를 끼얹는 보도를 했다”며 “TV 등 일부 매체의 유언비어가 소재를 제공, 반미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과 합쳐졌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일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이라는 사설에서 “일부 방송들이 미국산 쇠고기 재개방을 앞두고 광우병 공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4일 ‘다시 촛불로 재미 보려는 좌파세력’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부 방송의 단정적이고 과장된 보도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진실과 거리가 먼 황당한 소문까지 덧붙여져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8일 동아는 사설 ‘광우병 부풀리기 방송, 진짜 의도 뭔가’에서 방송들이 ‘광우병’을 적극 보도한 이유를 MBC·KBS의 민영화와 연관지으며 “새 정부에 의한 민영화와 방송구조 개편을 막기 위해 정권 무력화를 기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방송 윤리마저 팽개치는 행태는 방송개혁의 당위성을 확인시켜준다”고 강조했다.  

MBC·KBS, 보수신문에 정면반박
이에 MBC와 KBS는 정치적 이유로 방송이 쇠고기 파문을 조장하고 있다는 보수신문들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MBC는 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고 비판하는 부분은 ‘안전한가’‘우리정부가 제대로 협상을 했는가’”라며 “MBC를 포함한 많은 언론들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해왔으나 정부와 보수신문들은 일부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서 찾으려 했다”고 반박했다.

또 MBC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은 정부와 비슷한 논지를 펴고 있다. 방송이 근거 없는, 과장된 보도로 국민을 선동했고 여기에 네티즌이 가담하고 청소년들이 휘둘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11일 미디어포커스에서 광우병을 둘러싼 보수신문들의 보도 태도를 짚었다. 미디어포커스는 “조·중·동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 그럼에도 방송과 인터넷이 괴담을 퍼뜨렸다’고 보도했다”면서 “반미 좌파 세력의 선동으로 국민들이 근거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는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보수언론의 이중성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연우 상임대표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다른 매체를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방송이 왜곡, 과장, 선동을 했다면 명확하게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관점이 다르다면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근거를 갖고 보도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보수언론의 MBC ‘PD수첩’ 비난이 지금은 방송과 인터넷 매체에 대한 비난으로 확산됐다”며 “경향신문도 사설과 칼럼을 통해 보수언론의 이중성을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광우병 괴담’을 비판하는 보수언론이 작년까지만 해도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작년 3월23일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미-영국인보다 더 취약’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인이 유전자 구조상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일명 ‘광우병 괴담’의 진원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가 아닌 보수언론이었던 것이다. 

중앙일보의 작년 8월3일 ‘미, 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라는 사설을 보면, 중앙일보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인 등뼈(척추)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라면서 지금과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다. 바뀐 것은 ‘정권’일 뿐인데 언론의 입장이 180° 달라진 것이다.

조선일보 또한 작년 8월3일 사설에서 ‘미국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의 몫’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던 조선일보는 이제 와서 “미국에 있는 11만명의 우리 유학생과 215만명의 교포가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언론이 정권과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논조의 이야기를 하고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보수언론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농수산식품부, PD수첩 반론보도 결정
하지만 MBC ‘PD수첩’ 측도 공정치 못한 방송이 지적됐다.
농수산식품부는 19일 정책 소식지를 통해 “언론중재위원회가 광우병 논란을 다룬 MBC ‘PD수첩’ 방영과 관련, 논란이 될 수 있는 일부 내용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 할 것을 직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PD수첩’은 20일 “언론중재위 결정문 어디에도 정정이나 반론이란 말은 없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앞으로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언론과 방송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확대적인 해석과 편파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면, 이는 언론이라는 본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광우병 파문을 통해 방송과 언론이 중립적인 시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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