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5당 공사중단 요구ㆍ해군은 크레인 조립 완료

(서귀포=연합뉴스) 2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야5당의 기자회견과 천주교 신부들의 생명평화 미사가 이어졌지만, 해군기지사업단은 크레인 조립을 완료하는 등 긴장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서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을 포함한 야5당 제주도당 연석회의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달라"고 요청한 뒤 "평화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범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검찰청 주도로 이뤄진 공안대책회의에 대해서는 "국민에 대한 탄압 계획이자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께. 해군기지사업단과 가까운 곳에 있는 기지 건설현장 입구의 천막에서는 문정현 신부 등이 집전하는 세 번째 생명평화 미사가 열리고 있었다.

문 신부는 미사에 참석한 15명 내외의 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을 상대로 '조현오 경찰청장의 깃발'과 '강우일 주교의 깃발' 중 "강 주교의 깃발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도로변에 중형버스를 가로로 세우고 전경들을 배치해 미사 천막을 가리는 등 미사가 관광객 등에게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눈치였다.

고유기 군사기지저지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경찰측의 한 관계자는 "미사 할 공간을 충분히 드렸다. (해군 측에서) 시설보호 요청이 있기 때문에 근무를 서고 있을 뿐이고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해군측의 한 관계자는 "시설보호요청은 지난 6일 제2차 해군기지 백지화 촉구대회가 열릴 때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해 경찰이 자체적으로 생명평화 미사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암시했다.

강정마을에서 만난 이상철(34·대구시)씨는 "지금까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받은 느낌은 단순히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권력이 제주도에서 뭔가 힘을 행사하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막연히 관심만 두는 것보다는 시간 날 때 한번 와봐야 할 것 같아 가족과 함께 여행하다 들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군기지사업단은 이날 생명평화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 현장 정문 안쪽에서 속칭 '삼발이' 등을 옮길 때 쓰는 크레인의 조립을 완료해 조만간 공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였다.

이날 해군기지 건설 공사의 주체인 해군과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윤태정(56) 강정해군기지추진위원장은 "지금까지 4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보상도 다 끝났기 때문에 어쨌든 빨리 진행돼야 한다. 하루속히 공사가 진행되는 것이 우리 강정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길이다"며 "안보에 관한 공사임에도 반대 세력들이 자꾸 우리 동네에 들어와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가 미군기지로 쓰일 것이라는 반대측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해군이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안보를 위해서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반대세력들이 만들어낸 유언비어로 생각한다"며 소위 외부세력에 대해 적개심에 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