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면 메가톤급 파장, 정관계 배후 나올까 촉각

(서울=연합뉴스)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4개월여간의 해외 도피생활을 접고 28일 귀국해 검찰수사에 응함에 따라 그동안 온갖 의혹만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씨는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쌓아온 인맥 등에 비춰볼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막판 구명 로비를 벌이면서 기용한 로비스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인맥 못잖게 막강한 정보망을 과시해온 박씨는 지난 3월 중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공개수사가 개시된 직후 수사망이 조여오는 것을 감지하자마자 출국해 최근까지 캐나다에 머물면서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 다녔다.

◇`로비자금만 17억' 의혹 = 우선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 옆 커피숍에서 6억원이 담긴 돈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씨는 이에 앞서 작년 6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KTB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원을 출자하는데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이 포항 소재 한 건설업체에 대출하도록 알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각종 로비의 대가로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받아간 돈이 총 17억원에 달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메가톤급 파장 예고 = 박씨는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금융권, 언론계까지 고위층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과시해온 탓에, 검찰 주변에서는 어렵게 돌아온 박씨가 입을 열 경우 충격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씨가 도피하면서 "은행이 재기하려면 (검찰에서) 내가 거론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남겼다는 전언도 부산저축은행 측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박씨가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뒤를 봐준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한둘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박씨가 고심 끝에 자진귀국을 택한 만큼 검찰에서 자신의 로비 역할에 대해 최소한 `모르쇠'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비 몸통' 찾아낼까 = 검찰은 근 반년 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파헤친 결과 현재까지 60여명의 피의자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50) 전 감사위원,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차관보급),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등 비중 있는 정관계 인사를 기소하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사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는 십수년간 불법대출을 비롯해 7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배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국민 모두가 납득할만한 `몸통'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씨는 `꼬리 잘린'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의 실체를 규명할 마지막 남은 핵심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채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듯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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