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난 7월 돛을 올린 한나라당 홍준표호(號)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총선 전 난파를 당할 수도 있어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판이 커져 버린 10.26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의 총선 준비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직까지 잃게 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의 시장직, 구청장, 시·구의회까지 대부분 야당에 내준 상태에서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야 한다. 이는 수도권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에 치명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10.26 재보선에서 패해 홍준표 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또 한 번의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전당대회, 당직인선, 공천 등을 둘러싼 진통으로 재정비할 틈도 없이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 현재의 대표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경우에도 패배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악재가 되긴 마찬가지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25.7%의 지지율을 잘 이끌어내면 서울시장 사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이 25.4%였던 점에 비춰볼 때 보선 승리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홍 대표도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율을 보고 서울 총선에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보수 결집으로 재보선의 파도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26일 서울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 브리핑에서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우리 당을 지지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계층이 적극 보궐선거에 참여토록 선거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보수층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분위기 반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정기국회에 쌓여 있는 각종 법안을 선거 정국에서 제대로 처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이끌어야 하는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초라한 성적표를 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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