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지난 8월 6일 영국 런던의 북부지역 토트넘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나흘 동안 5명이 숨지고 약탈과 방화 등으로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폭동의 도화선은 한 젊은이의 사망사건이었고, 그는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인해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토트넘은 평소 우범지대인 데다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었고, 아시아계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여 인종 차별 문제도 있었다. 주로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폭동에 참여했다.

이는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로 인한 젊은이들의 평소 좌절과 분노가 가족 해체 현상과 맞물려서 폭력적 일탈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불만 가득한 청소년 또는 젊은이들이 마치 울고 싶은데 뺨 한 대 맞은 격으로 기존의 사회 질서 또는 국가 체계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중의 결과는 별로 생각하지 않은 채 현재의 울분과 적개심을 마구 분출했던 셈이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걱정된다. 잠시 필자가 상담하고 있는 한 청년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매사에 불안하고, 가족에게 짜증을 잘 내며,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동 증상을 주된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 그에게 내려진 정신과적 진단은 ‘불안장애’ 및 ‘간헐적 폭발성 충동장애’였다.

그는 현재 대학교를 휴학 중이고, 취업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올 때마다 가족에게 화풀이를 한다. 부모가 자신의 미래를 미리 계획해서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다며 원망 섞인 말도 퍼붓는다. 이 청년의 문제는 온전히 개인의 인격 미달에서 비롯됐을까? 상당 부분 그렇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의 부족함 또는 악함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점은 고착화된 사회 구조다. 아무리 발버둥 쳐서 노력해도 올라가지 못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처음에는 부럽고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를 원망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을 그렇게 키워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원망감이다. 부모를 비난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면, 분노와 원망의 표적은 직접적으로 ‘그들’이 될 것이다. 그는 말했다. “다 때려 부수고 싶어요. 차라리 지구가 망하면 좋겠어요. 다 같이 죽게 되면 똑같아지잖아요.” 평등함에 대한 콤플렉스와 덜 가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 소외됨에 대한 분노는 정말로 무서운 폭발력을 지닌 시한폭탄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러한 시한폭탄을 마음속에 담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또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더불어서 세대 간 격차로 인한 갈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효(孝)’ 사상이 있고, 위계질서와 서열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러한 분위기로 말미암아 젊은 사람들이 중장년 세대에 대해서 불만을 참고, 과격하게 대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기득권층에 반기를 드는 것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에게 반항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삼십 대가 아닌 10대 청소년들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지금 대들고 있다. 부모님에게 대들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있다. 이러다가 직장에서 상사에게 대들고, 사회에서 어른에게 대들며, 나아가 국가의 법과 제도에 대들 것이다. 통제를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분위기에서 자랐고, 통제와 규율을 따라본들 자신의 밝고 건강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며,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서 잔뜩 불만과 분노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제발 런던의 토트넘 폭동이 잊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착한 심성에 고마워하고, 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 앞으로 서울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