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소설가
N군이,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는데, 구경 한 번 가야겠다고 했다. 하면, 어느 날 가는 게 좋을까 의논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과연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먼저 나왔다. N군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어떠한지 알아봐야겠다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다.

N군이 내린 결론은 이러하였다. 동행할 만한 사람 몇에게 물어보았더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미녀 새’가 과연 아름답게 날아오르는지 확인해 보는 게 훨씬 낫겠다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다.

N군에게 미녀 새를 보러 가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은 전원 남자였다. 그들은, 비록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할지라도 그 주인공이 남자라면 감흥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N군과 의기투합, 8월 30일 저녁 ‘미녀 새’ 이신바예바가 출전하는 여자 장대높이뛰기를 구경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소설가 P군 등이었는데, 이들은 미녀 새뿐 아니라 다른 미녀 ‘동물’들도 분명 있을 거라며 눈을 반짝이고 있다.

과연, 소설가 N군 일행의 바람대로 이번 대구육상대회에는 미녀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알려진 ‘미녀 새’ 이신바예바 말고도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일류 모델들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남을 출중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녀 스포츠 스타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데, 현역 중에는 테니스의 샤라포바와 이신바예바가 대표적이다. 육상 선수 중에는 희한하게도 높이뛰기 종목에 눈길을 끄는 선수가 많은데, 스베틀라나 시콜리나와 안나 치체로바가 출중한 미녀 선수다.

시콜리나는 경기장에서 결코 웃는 법이 없어 ‘얼음공주’로 통하는데, 현란한 액세서리와 화려한 손톱을 자랑한다. 그윽한 눈매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는 치체로바는 크로아티아의 블랑카 블라시치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아시다시피 육상 경기는 피부색이 검은 선수들이 주름을 잡는다. 여자 선수들도 마찬가지여서 흑진주라는 별명을 안고서 트랙을 질주하는 미녀들이 즐비하다.

100미터 허들 선수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켈리 웰스는 세계 일류 모델들이 울고 갈 정도의 몸매와 피부 덕분에 스포츠 용품 업체뿐 아니라 화장품 광고 모델로도 활동한다. 100미터 현역 세계기록 보유자인 미국의 카멜리타 지터도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남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육상 선수라고 하면, 대개 울퉁불퉁한 근육에 우람한 체격을 가진,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 거라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트랙을 달리고 필드를 누비는 그녀들이 얼마나 근사한 몸매를 지녔는지, 그들의 패션 감각 또한 얼마나 멋진지, 또 그들의 몸짓이 얼마나 우아한지,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N군 일행은, 아름다운 질주와 도약을 구경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고 알려왔는데, 그 마음이 비단 그들만의 마음만은 아니지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