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조선시대 효종 때 학자로 병조판서를 지낸 송준길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별당 ‘동춘당’ 고옥(古屋)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조선시대 효종 때 학자로 병조판서를 지낸 송준길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별당 ‘동춘당’ 고옥(古屋) 전경. ⓒ천지일보 2021.12.3 

보물 제209호 문화재 지정
차분한 목재 아름다운 자태
유학 학술 세미나·숭모 제례
송 선생의 학풍과 인격 기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조선시대 송준길 선생의 별당이었던 동춘당(同春堂)이 “과학적으로 지어져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명품공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동춘당로 80번지, 송촌동에 자리한 동춘당은 송준길이 자신의 호를 따서 건축한 별당이다. 송준길(宋浚吉, 1606∼1672년)은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로 본관은 은진이며 영천군수 송이창의 아들이다. 그는 조선시대 효종 때 대사헌과 이조판서, 병조판서를 지내고 1673년 현종에 의해 영의정에 추증됐다.

대전 대덕구 동춘당 안내 표지판. ⓒ천지일보 2021.12.3
대전 대덕구 동춘당 안내 표지판. ⓒ천지일보 2021.12.3

‘늘 봄과 같다’는 뜻의 동춘당 현판은 송준길 선생이 돌아가신 지 6년째 되는 해인 숙종 4년인 1678년에 우암 송시열이 쓴 것이다. 동춘당은 1963년 1월 21일에 보물 재 209호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대덕구의 명품공원 동춘당 공원 안에 있어 지역주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박훈배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춘당’ 집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박훈배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춘당’ 집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1.12.3

최근 기자가 동춘당 마당에서 만난 박훈배 문화관광해설사는 “여러모로 상당히 과학적으로 지어진 집”이라고 소개하면서 “곳곳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가 비교적 간소하고 규모도 크지 않다. 총 6칸 중 오른쪽 4칸은 대청마루이고 왼쪽 2칸은 온돌방이다. 대청의 앞·옆·뒤쪽에는 쪽마루를 내었고 앞면과 옆면에는 들어열개문을 달고 뒷면에는 띠살창 2개를 달았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목재의 차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동춘당 전경. ⓒ천지일보 2021.12.3

목재의 차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동춘당의 처마는 홑처마이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막새기와는 사용하지 않았다. 온돌 뒤에 아궁이를 두고 위에는 다락을 만들었다. 건물의 받침은 4각형의 높은 돌을 사용했는데 이는 조선 후기의 주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양식이다. 서북 측에는 송준길의 고택인 사랑채와 안채·사당 등이 독립된 건물로 건축돼 있다.

동춘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一’자 모양의 평면으로 된 단층팔작지붕이며 앞면을 널찍하게 다듬은 돌로 쌓은 단층기단 위에, 다듬은 돌 초석을 놓고, 방주(方柱)를 세워 주두(柱枓) 없이 직접 굴도리를 받친, 민도리집 양식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의 연못과 정자가 있는 전경. ⓒ천지일보 2021.12.3

◆힐링공간으로 사랑받는 동춘당 공원

동춘당 공원에는 연못 3개소와 민속 그네, 팔각정이 있어 고전적이고 운치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간이체육시설과 벤치, 음수대 등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특히 매년 이곳에서는 갖가지 문화행사가 열린다. 4월에 열리던 동춘당 문화제는 2011년부터 10월에 구민 축제를 겸해서 열리고 있다.

‘동춘당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정성을 다해 붓글씨를 쓰는 모습. (제공: 대덕구청) ⓒ천지일보 2021.12.3
‘동춘당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정성을 다해 붓글씨를 쓰는 모습. (제공: 대덕구청) ⓒ천지일보 2021.12.3

동춘당 문화제는 동춘당 유학학술세미나, 숭모 제례, 휘호 대회, 한시백일장, 투호 놀이, 그네뛰기 등 우리 고장 유학자인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학풍과 인격을 기리고 주민화합과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동춘당 공원은 송촌택지개발사업 시 약 1만 7천평의 동춘당 일대를 공원화해 만들어진 명품공원으로 공원 후편에 운동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산림환경과 동춘당 앞 일대에 너른 마당과 연못을 조성해 인근 아파트 주민의 힐링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매년 봄에 ‘동춘당 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휴식처, 동춘당 공원의 표지석.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동춘당 뒤쪽에 있는 종택

동춘당 뒤쪽에 있는 종택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89호로서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관직을 물러난 후 거처하던 곳이다. 종택은 동춘당과 함께 건축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 있어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건축양식이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목조로 사랑채, 안채, 별묘, 가묘 등이 있다.

동춘당 왼쪽의 대문을 들어서면 ‘一’자 모양의 사랑채와 ‘ㄷ’자 모양의 안채가 있고 그 오른쪽에는 사당인 가묘와 별묘가 배치돼 있다. 사랑채는 앞면 6칸·옆면 6칸이다. 부엌 위는 다락으로 꾸몄고 앞에는 1칸 살림집을 달아 집안의 여러가지 일을 맡아보던 청지기가 사는 방을 뒀으며 대청마루와 큰 사랑방 앞에는 툇마루를 설치했고, 작은 사랑방 앞에는 누마루처럼 높여 그 밑에 아궁이를 두고 있다.

안채는 건물 가운데에 앞면 3칸·옆면 2칸의 넓은 대청마루와 왼쪽에 2칸의 마루방, 1칸 반의 안방, 1칸씩 자녀방과 바느질 방인 침모방 그리고 부엌이 연결돼 있으며 대청마루의 오른쪽에는 각 1칸씩 건너방과 웃방, 부엌, 반찬을 두는 찬방, 그리고 행랑방이 붙어있어 전체적으로 ‘ㄷ’자를 이루고 있다. 가묘와 별묘는 모두 앞면 3칸·옆면 2칸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꾸며져 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동춘당 입구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과 모형물. ⓒ천지일보 2021.12.3

◆조상 제사 지내는 가묘·별묘

박훈배 문화해설사는 “가묘는 4대까지의 조상에 대해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며 4대가 넘으면 집에서 지내지 않고 밖에서 지내는 풍습이 있다”며 “별묘는 조상 한 분에 대해 영원히 집에서 제사를 지내니 우리 조상은 죽어서도 가족과 함께 100년을 넘어 함께 있게 된다. 그러니 송준길 선생은 영원히 후손과 함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별묘는 국가로부터 지정받은 것이고 일반 가정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별묘가 가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별묘가 가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동춘당의 문이 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모습. ⓒ천지일보 2021.12.3

◆중앙을 피해 지은 문 ‘깊은 뜻’

동춘당은 작은 집이기 때문에 출입문도 작다. 이에 대해 박 해설사는 “문이 중앙에 위치하지 않아 문 앞에서는 집 가운데를 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겨울철에 강한 바람을 직접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람이 집 주위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라며 “또 한 가지 이유는 마당에 들어왔을 때만 어른을 볼 수 있도록 해서 가까운 거리에서 어른에게 인사를 해 존경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줬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덕구민들의 힐링공간이 되고 있는 동춘당 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12.3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나무나 식물을 심지 않은 텅빈 동춘당 마당 전경. ⓒ천지일보 2021.12.3

마당이 텅 비어있는 이유는 “겨울철에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나무나 식물을 심지 않았다”고 한다. 지면에서 기단을 쌓아 집을 높은 위치에 지은 이유는 여름에 바람이 집 밑으로 불어서 시원해지고 장마철에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 주기 위함이다.

또 박 해설사는 “전면 문은 크고 뒷면 문은 작은데 이는 여름철에 바람이 남쪽으로부터 불고 바람이 큰문에서 작은 문으로 불기 때문에 바람의 속도가 빨라져서 시원해진다”며 “굴뚝이 작고 낮은 이유는 아궁이로 연기가 나오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땔감을 절약하도록 했고 옛날에는 해충을 막을 약이 없었기에 낮은 굴뚝 때문에 연기가 바닥에 깔리고 해충을 멀리 쫓아내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대덕구 동춘당문화재. (제공: 대덕구청) ⓒ천지일보 2021.12.3
대전 대덕구 동춘당문화제. (제공: 대덕구청) ⓒ천지일보 2021.12.3

◆‘제24회 동춘당문화제’ 비대면 개최

대전 대덕구(구청장 박정현)는 지역 대표 문화축제인 ‘제24회 동춘당문화제’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안심축제로 지난 10월 개최했다. 올해 문화제는 코로나19 특수 상황을 고려해 축하공연 등 개막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예년의 오프라인 체험 위주에서 지역 대표 학자를 집중 조명하는 인물탐구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돼 진행됐다.

문화제의 대표적 상징인 ‘문정공시호봉송행렬’은 AR로 제작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가상현실 체험으로 제공됐으며, 지역의 대표학자를 집중 조명하는 ‘동춘 溫 토크쇼’와 문화공연 ‘동춘 서사극’ 등은 녹화 후 유튜브채널 덕구티이비, 대덕문화원 유튜브 등을 통해 송출됐다.

지난 10월 5일 동춘당에서는 ‘송준길과 동춘당의 여성들 그리고 조선’이라는 주제로 박정현 대덕구청장, 심용환 역사강사, 한남대 학생 2명 등 패널들이 참여해 ‘동춘 溫 토크쇼’를 열었다. 지난 10월 16일에는 조선 중기 당쟁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동춘당 송준길의 사상과 민초들의 고된 삶, 공리공론과 당파싸움, 선비의 삶 등 동춘당 선생의 일대기를 창작 마당극 형식으로 구성한 문화공연이 진행됐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동춘당문화제를 통해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사상과 학문적 업적이 조명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안전하게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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