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동작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3만원 어치를 넣은 김모(38)씨는 주유 후 자동차의 연료 표시 눈금을 보고는 기분이 상했다.

기름값이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연료 눈금의 상승 폭이 기름값이 높았을 때와 비교해 그다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김씨처럼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적지않다. 기름값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착시 현상' 탓이다.

실제로 기름값은 이달 둘째 주부터 계속 떨어졌지만 전체적으로 따져볼 때 휘발유 가격 기준으로 고작 보름 새 ℓ당 15원, 하루에 1원꼴로만 내렸을 뿐이다.

25일 한국석유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전국 보통 휘발유의 ℓ당 가격은 8월7일 정점인 1천954.23원을 기록한 후 계속 내려 23일 1천938.99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값은 열엿새 동안 15.24원이 내려 하루에 1원씩 빠진 셈이다.

경유도 6일 1천769.28원에서 23일 1천749.66원이 될 때까지 19.62원이 내려 1.1원정도 가격이 인하됐다.

그러나 2주의 시차를 두고 주유소 기름값을 선행하는 싱가포르 국제 현물 가격에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 기름값(세전)은 변화 양상이 다소 다르다.

휘발유는 지난달 넷째 주 ℓ당 826원에서 이달 첫째 주 804원, 둘째 주 785원으로 41원가량 떨어져 낙폭이 국내 주유소 가격보다 훨씬 크다.

경유도 넷째 주 868원에서 이달 첫째 주 857원, 둘째주 831원으로 역시 37원 내렸다.

이 때문에 최근 리비아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로 두바이유가 급락함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값도 내리고 있는데 국내 주유소에는 이런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유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제 가격과 우리나라 기름값은 2주의 시차를 두고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반드시 같이 가지는 않는다"며 "주유소 가격 변화는 개별적인 주유소 시장의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까지 수도권 휘발유 가격은 서울이 7일 2천29.71원에서 2천13.63원으로 16.08원 내렸고 인천은 4일 1천967.11원에서 1천943.94원으로 23.17원, 경기도는 7일 1천959.63원에서 1천943.71원으로 15.92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는 서울이 1일 1천858.31원에서 1천834.39원으로 23.92원, 인천은 지난달 28일 1천786.25원에서 1천752.74원으로 33.51원, 경기는 3일 1천774.71원에서 1천751.83원으로 22.88원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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