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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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문화 전도성을 뛰어넘는 장르는 없다. 음악이 있어 감성을 자극하고 격렬하게도 한다. 때로는 침묵적 사변적으로 바꾸어내는 상상 이상의 힘이 있다. 끝이 아니다. 극이 있어 연출을 통한 배우의 말과 행동이 주는 신선함, 자극성 등등이 활동사진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스크린의 배경과 각각의 장면들이 영화 팬들에게 주는 임팩트는 개개인에게 심층적으로 전착된다.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음악, 미술, 극, 배경 등 모든 것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문화 전파의 선도자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이름 없던 국가에 미국이 진출하면서 최고 먼저 보내는 것이 미국영화와 코카콜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영화의 힘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는 영화를 통해 사상을 통제하고 내부단결을 꾀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한다. 타국에 진출해 넘치는 인기를 끌 수 있는 콘텐츠 수준이 아니다. 자국에서라도 내국인을 부지불식간에 사로잡을 수 있는 나름의 첨단무기가 영화라는 것을 위정자는 간파한다.

문화산업 투자라는 명분을 살리면서 영화를 국민교육 최첨병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각종 대결이 격화되면서 영화를 통한 국민 국뽕화 정책들이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항미원조라고 하며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의 활약상을 각색해 그 어려운 시기인 1950년도에도 미국과 싸운 중국의 위대성을 MZ세대는 물론 전 인민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그들의 방식인 영화를 통해 국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영화는 ‘장진호’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북진한 미군과 연합군을 압록강 부근 장진호에서 교전한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했다. 문제는 중공군이 승리했다는 내용 등 사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연출하고 미화해 내부단결의 도구로 활용함이다. 1950년 11월 영하 45도까지 내려간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다. 연합군은 사망 및 실종자 5923명, 부상자 4582명 등 1만 2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공군은 4만 8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양측을 합하면 6만여명이 넘는 숫자이다.

미군과 연합군은 흥남으로 철수해 그나마 12만 중공군과 대적해 철수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자평하나, 그 이후 한국전 양상은 휴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계기가 됐다. 중공군이 혹독한 추위에서 세계 최고의 미군과 밥도 없이 얼은 감자 먹으면서 온몸에 동상이 걸려도 움직여지는 순간까지 사활을 걸고 싸우는 장면들은 중국 MZ세대들과 인민을 울리고 몰입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얼마나 그들에게 감흥을 줬는지 영화 엔딩크레딧에 거수경례까지 하는 관람자들이 있을 정도다. 관영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네티즌들이 담고 나른다.

이것을 또 보도하고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중국 분위기, 사실을 왜곡한 측면들, 내부에서 천편일률적 중공군을 찬양하는 것들, 이 모두가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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