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ℓ당 1810원까지 올랐던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한 남성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2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ℓ당 1810원까지 올랐던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한 남성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11.22

‘유류세 20% 인하’ 10일째… “정부가 생색내는 것 같아”

화물운전자 “기름값 내렸어도 요소수 대란에 부담 여전”

[천지일보=이우혁·이현복·김정자·송해인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라고 해서 경제가 조금 풀리는 듯했지만 치솟는 기름값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또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정작 유통업계 사람들은 기름값을 감당 못 해 일을 그만두거나 차를 세워 둘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내리는 게 안 보이는 기름값에 요소수 대란까지. 저도 유통일을 조만간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네요.”

강원 원주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임정민(45, 남)씨는 이같이 말하며 최저기온이 3℃까지 떨어졌던 22일에도 차에 기름을 채우고 일터로 나갔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이날 ℓ당 1810원까지 올랐던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다. 경유는 ℓ당 1606원에서 1514원으로 92원, LPG부탄은 1078에서 1048원으로 30원 떨어졌다.

다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문경은(68, 여, 경기 안산)씨는 “유류대가 올라갈 때는 많이 오른 것 같더니 내릴 때는 조금 내려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세훈(65, 남, 대구 달서구)씨는 “가격이 내려서 좋기는 하지만 서민 입장에선 아직 크게 못 느끼겠다. 외국처럼 저렴해져야 경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덕임(62, 여, 전주)씨는 “100원 올려놓고 10원 내려놓은 꼴이다. 잔뜩 올려놓고 얼마 안 내렸는데 생색내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 소형차를 주유했었는데 6만 9000원 나와 치솟은 기름값이 새삼 체감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휘발윳값이 비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지우(가명, 43, 여, 을주군)씨는 “기름값이 1700원대였을 때는 너무 비싸서 싼 곳만 찾아다녔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지만, 일부 주유소들은 임대료, 인건비 등을 이유로 정부발표만큼 내리지 않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천지일보 2021.11.22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지만 일부 주유소들은 임대료, 인건비 등을 이유로 정부 발표만큼 내리지 않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천지일보 2021.11.22

이 같은 현상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정부의 발표와 달랐기 때문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로 휘발윳값은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은 40원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류정보사이트 오피넷의 전국 평균에 따르면 가격이 많이 내려가진 않았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직영주유소와 달리 일반 자영주유소에선 기존 보유량을 모두 소진한 후에 유류세 인하분의 판매가 시작돼 소비자가 체감하기까지 수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둘째는 주유소 간 자율경쟁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어서다.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기름값은 일정하지만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기름값은 임대료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해 주유소별로 산정하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있는 주유소라도 가격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서울의 경우 같은 SK주유소인데도 휘발윳값이 900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다. 하지만 직영주유소가 아닌 자영주유소는 잔여분의 소진 이후 세금 인하분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기 까진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천지일보 2021.11.22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 지 10일째인 22일 전국의 평균 휘발윳값은 이날 1690원을 기록하며 ℓ당 120원 하락했다. 하지만 직영주유소가 아닌 자영주유소는 잔여분의 소진 이후 세금 인하분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기까진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천지일보 2021.11.22

◆“값비싼 요소수 부담에 식비도 줄여”

한편 최근 발생했던 요소수 대란도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사람들이 체감하기 어렵게 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김삼수(62, 남, 전주)씨는 “기름값은 내렸지만 요소수값이 많이 올라서 별 차이 없게 느껴진다”며 “(정부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지 실속이 없다. 화물차나 건설용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들은 별로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름값이 120~130원 내려갔어도 요소수값이 3배 가까이 올라 의미가 없다”며 “휘발유 차를 타는 사람들은 좀 낫겠지만 경유차가 대부분인 유통업계에선 돈 들어가는 것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성구(남, 전주)씨는 “이전에는 1만원이면 샀던 요소수가 지금은 4만~5만원을 주고 샀다는 사람도 흔하다. 심하면 7만원까지 주고 샀단 얘기까지 들었다”며 “기름값이 내려갔지만 요소수 가격이 너무 올라 밥도 안 사 먹고 도시락으로 때우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처를 했지만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또 지방에선 요소수 대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화물차량 운전자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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