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해 1927' 포스터(제공: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영화 '송해 1927' 포스터(제공: 스튜디오디에이치엘)

11월 개봉한 다큐 영화 3편

연예인·야구선수·여성의 삶

인터뷰, 미공개 영상 선보여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송해, 최동원은 물론 이름조차 낯선 김종분 여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걸음 다가왔다.

영화는 예술의 한 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사를 그린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100여 분 남짓의 영화에 울고 웃으며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그리고 픽션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논픽션으로서 실존 인물을 통해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번 11월에는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줄줄이 개봉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 최장수 MC 송해의 이면

지난 18일 개봉한 ‘송해 1927’은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 ‘송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927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송복희’는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도착한다. 그는 3년 동안 통신병으로 복무하면서 한국 전쟁 휴전협정 모스 암호를 직접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 ‘송해’의 모습만이 아니라 안타까운 가정사까지 담겨있다. 가수를 꿈꿨던 아들이 22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떠나면서 가슴에 한을 품은 아버지 ‘송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국노래자랑’을 시작하게 된 배경도 나와 있어 관객은 더욱 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지난 9일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송해 선생님은 분단 이전에 태어나신 역사적인 인물”이라며 “그런 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나의 인생에 있어 큰 가치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누군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내가 아버지가 돼 송해 선생님의 삶을 바라보니 그 속에 인생에 대한 가치와 교훈이 있었다”면서 “이 영화를 보는 누군가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들에 대한 이야기, 자식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1984 최동원' 포스터(제공: 트리플픽처스)
영화 '1984 최동원' 포스터(제공: 트리플픽처스)

◆ 무쇠팔 레전드 최동원

지난 11일에는 1984년 롯데 자이언츠를 기적 같은 우승을 만들어낸 ‘故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1984 최동원’이 개봉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4년 한국시리즈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다. 올해는 故 최동원 선수의 10주기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1984년 한국시리즈는 누구나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점쳤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7차전 중 5번을 등판해 4승 1패를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를 이끌었던 故 최 선수는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당시 故 최 선수와 승부를 겨뤘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과 같은 팀 동료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강병철 감독까지 나와 밝힌 생생한 인터뷰 영상과 미공개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팬으로 유명한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아 특별함을 더했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은성 감독은 내레이션 원고 집필을 기획할 때부터 조진웅을 염두하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에 조진웅 역시 흔쾌히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영화 '왕십리 김종분' 포스터(제공: 인디스토리)
영화 '왕십리 김종분' 포스터(제공: 인디스토리)

◆ “어머니가 아닌 여성의 삶”

‘1984 최동원’과 같은 날 11일에 우리에게 찾아온 현재의 인물이 있다. 김종분씨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영화 ‘왕십리 김종분’ 속의 주인공인 그는 왕십리역 11번 출구에서 50년 넘게 노점을 해온 터줏대감이다. 영화는 김씨의 팔순 인생을 세밀한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번 영화는 20년차 베테랑 김진열 감독의 6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故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라는 소개를 중간에 넣음으로써 열사의 어머니 외의 김 여사 본연의 삶을 그대로 그려냈다. 사실 故 김 열사에 대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991년 명지대학교 학생 강경대의 죽음 이후 정부 규탄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학생운동가다.

영화는 지난 10월에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김 감독은 제작과정에 대해 “김귀정 열사의 어머니가 왕십리에서 노점을 계속 하고 계시다는 매체 인터뷰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며 “故 김 열사의 30주기에 맞춰서 작업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전 생애를 기록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녀를 잃고 슬픔에 빠지는 어머니가 아닌, 현재에도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 그려지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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